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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한’ 휴일 근무, 두 가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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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기아차 전(全) 임원, 무기한 공휴일 반납하기로.’ 외환위기가 다가오던 1997년 1월 한 언론의 기사 제목이다. 당시 파업 후유증으로 인한 생산차질 만회를 위해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150여 명 임원들이 모든 공휴일을 반납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임원들의 주말 반납이 비상경영의 당연한 수단인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해 7월 기아차는 끝내 부도를 맞았다.
□ 임원 휴가 반납도 비상경영 단골 메뉴였다. 2013년 정몽구 현대차 당시 회장은 모든 공장이 멈추는 휴가주간 첫날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고, 임원들은 부랴부랴 휴가를 반납했다. 이듬해 여름엔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사령탑이던 최지성 실장이 일요일 모처럼 출근하지 않았다는 게 뉴스가 됐다. 여름 휴가를 반납해야 했던 임원들이 그 덕에 일요일 하루라도 편히 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 삼성이 최근 내놓은 비상경영 방식을 두고 설왕설래다. 경영 전반의 위기감이 커지자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에서 해오던 임원 주 6일 근무를 모든 계열사로 확대했다. 지난 주말부터 임원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를 골라 출근했다고 한다. “임원들만 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강제적인 주 6일 근무가 투박한 조치라는 인상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 어차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임원들은 필요한 업무가 있으면 주말 근무를 해왔다. 재택근무까지 보편화된 세상이다. 앞서 SK도 그룹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토요일 회의’를 24년 만에 부활했다.
□ 정반대 행보를 하는 곳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상목 부총리 취임 후 매주 일요일 열던 정책점검간부회의를 금요일로 옮겼다. 비록 간부회의지만 각 실∙국 실무진이 주말까지 반납하며 현안과 일정 등 회의자료를 준비해야 했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한가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굳이 보여주기 식 주말 회의를 할 이유는 없다. 하물며 정부 부처도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데, 민간기업에서 도장 찍기 출근이 2024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비상경영 수단인지는 잘 따져볼 일이다. 상위 1% 대기업 임원의 혹사를 염려하자는 건 아니다. 혹시 이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방식도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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