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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전날 폭우 "수색 중단 건의" 묵살… '채 상병 순직 사건' 당시 소속 대대장

입력
2024.04.22 13:30
수정
2024.04.22 21: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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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청 22일 해병대 이모 중령 소환 조사
변호인과 출석, 조사 직전 언론에 진술서 공개
"사전 준비 미흡, 안전 관리 부재가 사고 원인"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해병대 이모(왼쪽) 중령이 김경호 변호사와 함께 22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출두하고 있다. 경산=연합뉴스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해병대 이모(왼쪽) 중령이 김경호 변호사와 함께 22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출두하고 있다. 경산=연합뉴스

야권에서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추진 중인 가운데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이 22일 채 상병 소속 지휘관인 당시 해병 1사단 제7포병대대장 이모 중령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날 오전 이 중령은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와 함께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출두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가 사건 이첩 때 혐의자 명단에서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빼자 직접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고발했던 인물이다. 김 변호사는 한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취재진에 “이 중령의 과실 여부와 제가 고발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과실 여부를 수사받는다”라며 “사단장 과실 문제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죄로 기소당했던 핵심적인 내용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법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가 지체된 데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법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인 이유라고 본다”면서도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채 상병 특검에 대해선 “법조인으로서 이 사건은 법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 중령은 조사에 앞서 언론에 공개한 진술서를 통해 “그동안 저는 지휘관으로서 부하를 지키지 못한 마음에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며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 상급자의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임무 수행하는 대대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고는 급작스러운 출동으로 인한 사전 준비 미흡과 현장지휘관 및 통제 간부의 현장 조치 부적절, 사ᆞ여단의 안전관리 시스템 부재와 상하 소통의 미흡으로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사고 전날인 지난해 7월 18일 많은 비로 작전(수색) 중단을 건의했지만 사단장이 거부한 사실도 진술서에 담았다. 당시 지휘통제본부장이었던 7여단장으로부터 “기상으로 인한 작전 종료를 사단장에게 몇 차례 건의했지만 거부당했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7월 18일 예천과 인접한 안동기상대에는 극한 호우로 산사태가 난 7월 15일(47.3㎜)보다 많은 66.1㎜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중령의 주장은 임 전 사단장이 채 상병 순직의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중령 측은 이날 오후 5시쯤 경찰에 조사 중단을 요청한 뒤 조서 열람 후 오후 6시쯤 귀가했다. 이 중령 측은 "내일(23일) 오전에 다시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은 지금까지 관련자 수십 명을 불러 조사했고, 상반기 중에 핵심 피의자인 임 전 사단장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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