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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로봇 배우'가 펼치는 열연...무대로 간 SF '천 개의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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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SF) 장르의 시선은 현재를 향한다. 디스토피아를 통해 지금의 모순을 경고하고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SF가 출판, 영화, 드라마에 이어 공연 예술에서도 주목받는 이유다. 무대는 한정된 시공간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SF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출간된 천선란 작가의 SF소설 '천 개의 파랑'이 연극과 뮤지컬로 새 생명을 얻었다.
소설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2035년의 한국이 배경이다. 기수 로봇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를 중심으로 인간, 로봇, 동물의 교감과 연대를 그린다. 초록색 몸통이 브로콜리를 닮은 콜리는 인지·학습 능력을 부여하는 소프트웨어 칩이 우연히 삽입된 후 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 콜리가 투데이의 고통을 인지하고 스스로 낙마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관객은 생경한 존재인 콜리의 시선을 통해 고유한 인간의 특성을 직시한다.
김도영 각색·장한새 연출의 국립극단 연극 '천 개의 파랑'(28일까지·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은 '과학기술과 예술'을 주제로 한 7개월간의 워크숍을 거쳐 탄생했다. 그 결과 국립극단 74년 역사상 처음으로 로봇 배우를 기용했다. 공연을 위해 제작된 콜리는 키는 145㎝에 얼굴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표현되는 반자동 퍼펫(인형)이다. 상반신, 팔, 손목, 목 관절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지만 이동을 위해서는 콜리 역할을 함께 연기하는 인간 배우가 조종해야 한다. 가슴엔 제작진의 신호를 받아 미리 입력된 대사를 발화하는 스피커가 달려 있다. 초보적 수준의 로봇이지만 연습 과정에서 로봇의 전원이 꺼지는 바람에 개막일이 4일에서 16일로 연기되기도 했다.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천 개의 파랑'(5월 12~2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은 키 160㎝의 수공예 인형으로 콜리를 구현한다. 콜리 역의 인간 배우가 머리를 조종하고 전문 인형술사 2명이 팔과 다리를 움직인다. 투데이도 인형으로 제작됐다. 김태형 연출가는 "현재의 과학기술로 로봇과 기계장치를 활용한 경주마를 표현한다면 신기하다는 인상은 줄 수 있어도 원작의 따뜻한 이야기를 가슴으로 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인형의 섬세한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함과 다정함, 놀라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스체', '너의 왼손이 나의 왼손과 그의 왼손을 잡을 때', '지상의 여인들', '뉴클리어 패밀리', '지정' 등 SF 연극이 대거 공연된 데 이어 올해는 국내 유일의 SF 장르 연극 페스티벌인 SF연극제가 다음 달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소극장혜화당에서 열린다. 주로 암울한 미래를 통해 인생의 의미와 인간적 덕목을 고민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천선란 작가는 SF 소재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정해진 규범과 틀이 있던 과거와 달리 사회는 흩어지고 규범도 사라진 먹먹한 세상이 되고 있다"며 "인간과 사회를 둘러싼 거대 담론을 다뤄 온 SF를 통해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고, 인간은 원래 고독하다는 점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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