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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이 옳다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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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돌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를 말하고 움직이는 데 2년이나 걸렸다. 그간 여러 번 기회가 있었지만 시늉에 그쳤다. 남은 3년을 생각하면 더 늦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불통의 늪에서 바닥을 쳤기를 바라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영수회담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없어진 지 꽤 됐다.” 윤 대통령의 원래 생각은 이랬다. 2월 KBS 대담에서 영수회담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역대 대통령의 전례 따윈 무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듭된 제안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대선 경쟁자와 마주 앉아 체급을 키워줄 이유가 없었다. 국민의힘은 “떼쓰기”라고 거들었다.
불과 두 달 만에 입장을 바꿨다.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자.” 윤 대통령이 야당을 이처럼 살갑게 대한 적은 없다. 여당이 피의자로 몰아세우던 이 대표를 마지못해 국정 파트너로 예우했다.
총선 참패로 외통수에 몰렸다. 야당이 등을 돌리면 당장 총리 인선부터 꼬인다. 지지율은 20%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과거 광우병 사태와 국정농단 때나 보던 참담한 숫자다.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5년 내내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해야 한다. 대통령 처지는 군색해졌고 야당은 세졌다. 먼저 달라지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
하지만 한 방에 만회하기엔 쌓인 실점이 너무 많다. 윤 대통령은 열흘 전 생중계로 총선 반성문을 쓰면서도 고집을 버리지 못했다. ‘국정기조와 정책 방향은 옳다. 그런데 효과가 미흡했다. 고로 부족함을 채우면 된다.’ 귀를 열어야 할 순간에 정당성을 주장하는 억지 논리로 비쳤다.
반응이 신통치 않자 참모가 대신 나섰다. "죄송하다, 잘못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 그제야 나왔다.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는 엉망이 됐다.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당을 찍은 유권자들의 남은 기대마저 내팽개쳤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직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인정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자 “모든 건 저의 부족 때문”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럼에도 뭐가 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이번에는 “국정 방향은 옳다”는 변명만 남았다. 선거 개입 논란에 아랑곳없이 민생토론회를 24차례나 밀어붙이고는 이제서야 “민심을 경청하겠다”니 이런 뒷북이 또 있을까.
쉬운 길을 매번 어렵게 갔다. 기자 질문에 답하고, 반대 진영과 대화하고, 잘못하면 고치는 당연한 상호작용을 애써 외면하며 삐딱선을 탔다. 그사이 윤 대통령의 뚝심은 오기로, 소신은 독선으로 굳어졌다.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느냐고 곳곳에서 되물을 정도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 학원 전단지에 곧잘 등장하는 글귀다. 학생들도 이럴진대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입시준비야 각자 방식대로 하면 되지만 국정운영은 여론이 공감하고 힘을 싣지 않으면 한낱 폭주일 뿐이다. 갈수록 실망하는 국민들을 보채며 닦달할 일이 아니다.
정권 5년의 반환점도 채 돌지 않았다. 방향이 옳았다면 이 지경이 됐을까. 윤 대통령은 다시 소통을 강조하며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여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궁여지책이라면 더는 기대할 게 없다. 우리는 맞고 당신들은 틀렸다고 갈라치다가 시간을 허비했다. 내줄 것은 내줘야 돌파구가 열린다. 언제까지 추진력만으로 승부를 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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