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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들의 '주 6일 출근' 두고 시끌...혁신 동력일까, 시대 역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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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일상 업무가 아니라 창의적·도전적 업무를 고민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죠.
삼성그룹 임원 A씨
21일 '주 6일 근무'를 공식화한 삼성그룹 임원들에게 주말에 출근하면 어떤 업무를 하는지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위기 대응을 위해 근무 시간을 늘리는 것은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시간을 투자해 혁신의 동력을 찾겠다는 뜻이다. 삼성 임원들의 주 6일 근무 실험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임원들은 20일부터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를 골라 회사로 출근했다.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 임원들이 해왔던 주 6일 근무에 다른 계열사 임원들도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임원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63조와 시행령 34조에 따르면 관리·감독 업무 또는 기밀을 다루는 업무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 시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휴일이나 휴게 시간 관련 규정도 따로 없다.
그래서인지 삼성그룹 임원 대부분은 '주말 출근'이 새삼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계열사 임원은 "임원은 성과로 평가받는 임시직이라 제품 개발 일정에 맞추다 보면 새벽 출근이나 주말 출근이 일상"이라며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하고 싶은 마음에 주말에도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삼성 계열사 임원도 "삼성만 공론화가 된 것일 뿐 다른 기업 임원들도 주말에도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일부에선 "학생도 아닌데 근무 형태를 강제하는 것 같다"는 불만도 있었다.
삼성 밖 사람들이 바라보는 주 6일 근무에 대한 생각은 다양했다. 국내 10대 기업의 인사 담당 임원은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한 출발점은 위기 의식 공유"라며 "구시대적이라고 비판하지만 한국 정서상 골프 금지령이나 주말 출근 권유, 법인카드 사용 자제령 등은 직원 기강을 잡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유통 대기업의 50대 임원도 "어느 기업이나 임원은 주말에도 일을 하는 게 보편적"이라며 "주 6일제를 일부러 강조하는 건 경각심을 갖게 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재계 2위 SK는 20년 만에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해 2월부터 격주 토요일에 열고 있다.
반면 주말에도 출근을 강제하는 방식이 고착화되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삼성은 직원들의 주말 출근을 금지한다고 하지만 조직 문화를 경직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삼성 출신의 정치권 인사는 "임원은 기업의 꽃이고 일반 직원들이 임원으로 성장하고 싶은 곳이 좋은 회사"라며 "일반 직원은 주말 출근을 금지한다고 해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가 10~20년 뒤 삼성의 임원을 하고 싶어 하겠느냐"고 말했다. 국내 인터넷 기업에서 일하는 40대 임원도 "창의적 조직 문화에서 창의성이 발현된다"면서 "재택근무, 유연근무, 주 4일제 등이 확산하는 상황과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MZ세대 직장인들은 임원들의 주 6일 공식화에 더 부정적이었다. 자동차 제조 부품 공장에 다니는 30대 직원은 "지금도 월요일에 중요한 회의가 잡히면 일요일에 관련 담당자 두세 명이 나오는 게 일상"이라며 "출근을 안 하더라도 이것저것 물어보는 전화가 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중소 IT기업에 다니는 30대 과장도 "처음엔 임원진만 시키겠지만 전 사원으로 확대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면 전자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사원은 "요즘 세대는 임원진이 어떻게 일하는지 크게 신경을 쓸 것 같지 않다"면서 "특별히 할 일 없는데 윗사람 나온다고 출근하는 게 더 낭비라고 본다"고 말했다.
구글, 애플, 엔비디아와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살인적 업무 강도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출근 시간이나 장소를 제약하진 않는다. 성과에 대한 보상과 벌(해고 포함)이 확실하고 업무량이 많아 스스로 업무 시간을 늘려야 하는 구조다.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지사에서 일하는 한 임원은 "노트북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일하고 해외 본사나 지사와 화상 미팅이 일상적이라서 업무 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임원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언제, 어느 곳에서 일을 하라'고 지시하는 건 의미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맨들의 생각은 달랐다. 삼성 관계자는 "무형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빅테크 기업과 하드웨어 제조업이 바탕인 삼성의 일하는 문화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며 "제조업은 조직 내 협업과 긴밀한 소통이 필수"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주말에 회사로 출근하겠다는 임원이 늘어난 건 어려운 시기에 미래 지향적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라며 "3M의 '15%룰'처럼 주말을 창의적 일을 하는 시간으로 쓰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외신들로부터 연구개발(R&D)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 만큼 임원들이 혁신을 고민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삼성 임원들의 실험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 직원은 보상의 성격이 고정적이어서 워라밸을 고려하는 게 당연하지만 임원은 성과급 비중이 높고 혜택이 많기 때문에 책임도 큰 자리"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임원이 매일 출근해도 큰 변화가 없을 수 있지만 삼성이 처한 여러 위기를 고려하면 노력은 해볼 시기"라고 말했다. 반면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군기 잡기식 비상 경영은 큰 효과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면서 "삼성이라면 보다 본질적 혁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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