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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 충전해 수백km 가는 슈퍼캡 열차 달린다... 전기배, 전기비행기도 가능 [창간기획 : 초인류테크, 삶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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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첨단 바이오 같은 신기술이 인류를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초인류로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올해로 일흔 살이 된 한국일보는 '초인류테크'가 바꿔놓을 미래 모습을 한발 앞서 내다보는 기획시리즈를 총 6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생산된 전력을 손실이나 위험 없이 자유자재로 담아뒀다 공급하는 에너지 저장 기술은 산업 현장의 오랜 꿈이다. 지금은 이차전지가 이 시장을 독주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저장은 이차전지 같은 화학적 방식 말고도 전자기적, 물리적, 열역학 방식 등으로도 가능하다. 이차전지의 한계를 간파한 과학자들은 전기적 저장 방식인 슈퍼커패시터(슈퍼캡)가 미래 에너지 저장 시장의 또 다른 플레이어로 등장할 거라고 예상한다.
이차전지 발전과 더불어 미래에 슈퍼캡까지 상용화한다면 전기 생산과 사용 편리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캡의 고출력 장점을 이용하면 대형 전기차, 전기배, 전기비행기가 나올 수 있고, 충전 방식 변화도 기대된다. 윤영수 고려대 융합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충전소 지하에 에너지 저장장치를 두고 평소에는 이차전지로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슈퍼캡을 통해 충전해주는 식으로 쓸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도로 정지선에 무선충전기를 심어놓고, 정차했을 때 자동차에 내장된 슈퍼캡으로 충전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미래 모습을 그렸다.
슈퍼캡은 친환경 발전의 지속가능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안정적인 전기 생산과 공급을 위해서는 부하량과 발전량의 균형이 중요한데,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나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급격하게 바뀐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급작스레 전기가 모자라거나 넘칠 때 슈퍼캡을 이용해 빠르게 전기를 흡수하거나 방출한다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저장 용량이 큰 이차전지의 특성까지 결합하면 낭비 없이 알뜰하게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슈퍼캡과 이차전지는 메커니즘과 장·단점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정전기력'을 이용하는 슈퍼캡은 전압을 가해 양이온과 음이온을 각각 전극 표면에 달라붙게 하는 식으로 충전한다. 에너지를 매우 빠르게 저장하고 사용하는 고출력에 장점이 있다. 전극 손상이 적어 수명도 길고, 화재 위험성도 낮다. 핵심 구성 요소가 탄소 전극 소재와 전해질로 비교적 단순해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하는 이차전지는 전압을 걸면 리튬이온과 전자가 환원극과 산화극을 이동하며, 결합·저장되는 식으로 충전된다.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많이 저장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을 지녔다. 하지만 충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낮은 전류밀도 △짧은 수명 △과충전이나 가열 등으로 인한 화재 위험성이 단점으로 꼽힌다. 김형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쉽게 말해 슈퍼캡이 단거리 선수라면, 이차전지는 장거리 선수"라고 설명했다.
현재 슈퍼캡은 빠른 충전과 폭발적 출력이라는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사용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버스나 트램 같은 이동수단이 대표적이다. 정류소를 오가면서 정기적으로 정차하기 때문에 정류소마다 슈퍼캡을 설치해 놓으면 다음 정류소까지 갈 만큼의 전기를 빠르게 충전할 수 있으니, 효율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중국은 2017년 세계 최초로 30초 충전만으로 3~5㎞를 이동하는 슈퍼캡 트램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수소연료전지와 슈퍼캡을 결합한 열차를 공개했는데, 최대 시속 160㎞의 이 열차는 한 번에 600㎞를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산업계가 꿈꾸는 미래의 저장장치는 궁극적으로 '힘 세고 오래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슈퍼캡은 작은 저장 용량, 이차전지는 느린 충전 속도와 약한 출력이라는 각각의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슈퍼캡 연구자들은 이온이 달라붙는 전극 표면적을 넓히거나, 소재를 바꾸거나, 이차전지 메커니즘을 적용하는 등 용량의 벽을 부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차전지 업계도 빠른 충전, 높은 출력 밀도를 갖추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계에선 이차전지와 슈퍼캡 중 한쪽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보다 양쪽이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궁극적으로는 결합해가는 방향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유승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슈퍼캡과 이차전지는 메커니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서로 적용 대상도 다르다"고 봤다. 윤영수 교수도 "슈퍼캡과 이차전지를 한 장치처럼 결합해 쓸 수 있게 하는 기술도 필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상이 현실화하려면 투자가 절실하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이차전지 육성에 혈안이다 보니, 슈퍼캡 기술에는 재원이 충분히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박수진 인하대 화학과 교수는 "슈퍼캡 전문 회사가 적어 대규모 투자가 없고 정부 과제도 적다. 이차전지의 연구 규모가 100이면 슈퍼캡은 1 수준"이라면서 "슈퍼캡 발전이 담보돼야 궁극의 저장장치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반도체 생태계의 진화
<2>안 아프고 100세까지
<3>어디서나 전기 쓴다
<4>AI 대 AI, 인간 대 AI
<5>통신, 경계가 사라지다
<6>에필로그 : '서아의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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