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김용태 "與, 연판장 돌리고 다른 목소리 밟아 민심 이탈... '여당 내 야당' 관건"[인터뷰]

입력
2024.04.21 11:00
4면
구독

<김용태 국민의힘 경기 포천가평 당선자>
"여당, 2년간 보수·중도·청년 연합 해체시켜"
"야당과의 협치 물꼬, 젊은 정치인들이 터야"
"'與내野' 역할 중요... 기존처럼 쫓아내선 안 돼"

22대 총선 국민의힘 최연소로 당선된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자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22대 총선 국민의힘 최연소로 당선된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자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90년대생이 왔다. 4·10 총선에서는 최초로 '90년대생 지역구 국회의원'이 두 명 배출됐다. 경기 포천·가평에서 2%포인트 차로 진땀승을 거둔 김용태(33) 국민의힘 당선자가 그중 한 명이다. 2020년 총선에서 20대의 나이로 경기 광명을에서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쓴맛'을 본 그는 4년의 절치부심 끝에 여당 최연소 당선자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1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 당선자 표정에서는 웃음보다 책임감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졌다. 여당의 '양지'로 꼽히는 경기 포천·가평에서도 '정권심판론'의 매서운 칼바람을 체감했고, 그 차가운 민심을 다시 돌려놔야 한다는 숙제를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총선 여당 참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20대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된 보수·중도·청년 연합의 해체"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전당대회 연판장'으로 상징되는 당내 소수파 묵살 행태가 반복되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지지 이탈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여당에 자정 능력을 부여하는 '여당 내 야당'이 제대로 기능할 때 변화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쉬운 선거가 아니었다.

"포천·가평은 전통적 여당 우세 지역이다. 그럼에도 이번엔 정권심판론이 작용했다. 특히 포천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선 국민의미래 득표율이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을 합친 것보다 낮았다. 254개 지역구 중 가장 늦게까지 경선을 해서 추스를 시간도 부족했지만 지지층이 뭉쳐준 덕분에 어렵게 승리했다."

-당은 참패했다. 원인을 꼽는다면.

"구조적 원인에 집중하고 싶다. 우리가 지난 대선에서 0.7%포인트 차로 어렵게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엔 보수와 중도, 그리고 청년층의 연합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국민의힘이 그 연합을 해체했다. 전당대회를 치르며 연판장을 돌리고,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밟았다. 윤석열 정부가 공정하고 정의로울 것으로 기대했던 청년·중도층이 괴리감을 느끼고 떠난 것 같다."

-어디서부터 바뀌어야 하나.

"권위주의적 사고부터 탈피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여당 내 야당'을 비난하고 내쫓았다. 그런 것도 이번 총선에서 평가받은 듯하다. 대통령을 향해 옳은 소리 하고 쓴소리하는 분들, 모두 다 함께 가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국정 기조가 국민 여론과 괴리될 때 기조나 운영 방식을 바꾸도록 '클리크 수정(영점 조정)'을 돕거나 국민을 설득하는 역할을 당이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도 '자정작용이 되는 정당'으로 보인다. 다시 수권 정당이 되기 위해선 여당 내 야당 역할이 중요하다."

-참패를 한 여당에 절박함이 안 보인다.

"참패에 대해선 당선자들 사이에 분명한 공감대가 있다. 이제 총선 백서를 준비할 텐데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는 데 많은 분이 동의하고 있다. 당선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청년 정치인으로 어떤 역할을 구상 중인가.

"먼저 보수·중도·청년 연합 회복에 앞장설 생각이다. 두 번째로 정치의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1대 국회에선 사실상 정치 기능이 마비됐다. 정치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민주주의도 톨레랑스(tolérance·관용)가 기본이다. 의료개혁, 노동개혁 등 대통령의 과제도 야당이 큰 틀에서 반대할 건 없다. 그럼에도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야당과의 대화·협치가 필요하다. 그 물꼬를 젊은 정치인들이 터줄 수 있다. 세 번째로 보수 정당의 스펙트럼을 기후와 환경 등 진보 어젠다까지 넓히는 데 주력할 것이다."

22대 총선 국민의힘 최연소로 당선된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자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22대 총선 국민의힘 최연소로 당선된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자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채 상병 특검'에 대한 입장은.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일하는 젊은이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고, 이를 진상 규명하는 일은 국민을 위한 길이다. 이건 여야 뜻이 다르지 않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이다. 특검보다는 공수처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후보군을 추천한 걸로 아는데, 정부가 하루빨리 지명해 정상 수사하도록 하는 게 절차적으로 맞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당선은 어떻게 봤는지?

"제3지대 정당이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다만 개혁신당은 '반윤(반윤석열)' 기치하에 시작한 정당이다. 건설적 비판을 넘어선 공격은 지양했으면 한다."

-희망하는 상임위나 '1호 법안' 구상은.

"경기 북부의 발전과 국가 전체의 개혁 의제인 '지역 소멸 대응'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위원회를 희망한다. 1호 법안은 포천·가평뿐 아니라 소멸 위기감이 있는 경기 북부의 규제를 완화하고 자치권 강화가 가능해지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관한 특별법'을 제출하고 싶다."



나광현 기자
이민석 인턴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