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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 '표현의 자유' 시험대 오른 아이비리그 명문 컬럼비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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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컬럼비아대의 네마트 미노슈 샤피크 총장이 의회 '반(反)유대주의' 청문회에 불려 나왔다. 앞서 다른 미국 명문대 총장들이 반유대주의 논란에 휘말려 사임까지 내몰린 여파를 감안한 듯 샤피크 총장은 학내 반유대주의 척결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압박이 대학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샤피크 총장은 이날 컬럼비아대 고위 보직자 3명과 함께 미국 하원 교육노동위원회의 '반유대주의에 대한 컬럼비아대의 대응'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NYT는 "이 위원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컬럼비아대가 반유대주의를 정의하는 일에서 (유대계 편에 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샤피크 총장은 '반유대주의와 맞서 싸울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는 데 집중했다고 NYT 등 외신들은 전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지한 방문교수의 영구 퇴출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기막히다(awesome)"고 긍정적으로 표현한 교수의 학술검토위원장 보직 해임을 약속했다. 공화당 의원 요청에 따라 "컬럼비아대에서 반유대주의적, 차별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샤피크 총장이 신중론을 취하려다 압력에 굴한 순간도 있었다. 한 공화당 의원은 "강에서 바다까지(요르단강·지중해 사이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자는 구호)"나 "인티파다(Intifada·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이스라엘 민중 봉기) 만세" 등의 구호도 반유대주의인지 질문했다. 샤피크 총장은 "나는 그렇게 들리는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니다"라고 조금은 모호하게 답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해당 의원은 다른 컬럼비아대 보직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 반유대주의라는 답변을 받아냈고, 결국 샤피크 총장도 "그렇다"고 답했다.
샤피크 총장은 다른 명문대 총장들과 달리 대학에서 반유대주의 표현을 막겠다는 입장까지 드러냈다. NYT에 따르면 "유대인 학살을 촉구하는 주장은 컬럼비아대의 행동 강령 위반인가"라는 수잔 보나미치 민주당 하원의원 질문에 샤피크 총장은 "그렇다"고 단언했다.
앞서 매사추세츠공대(MIT)·하버드·펜실베이니아대 총장들은 지난해 12월 청문회에서 같은 질문에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경우 그렇다"거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며 대답을 흐려 유대계의 공분을 샀다. 결국 유대계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펜실베이니아대, 하버드대 총장은 논란 끝에 사임해야 했다. 샤피크 총장의 반유대주의 비판성 답변은 이런 선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1962년 이집트에서 태어난 샤피크 총장은 4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고 36세에 최연소 세계은행 부총재에 올랐다. 이어 영국 국제개발부, 국제통화기금(IMF) 근무 등을 거쳐 2017년부터 런던정경대 총장도 지냈다. 컬럼비아대는 지난해 7월부터 이끌고 있다.
NYT는 "증인은 청문회에서 항변하거나 무릎을 꿇는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며 "이날 컬럼비아대 관계자들은 후자(무릎 꿇기) 쪽으로 기울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대학가에서 반유대주의 논쟁은 뜨거운 감자다. 다만 유대계가 기부금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사립대학 입장에선 양쪽 입장 중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유대계 편에 서도록 강요하는 분위기가 학문의 자유 등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대학교수협회(AAUP)의 셸던 폴록 컬럼비아대 지부장은 샤피크 총장이 자신이 후회할 발언을 하도록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폭력과 괴롭힘"을 당했다며 분노했다. 아이린 멀비 AAUP 회장도 "우리는 하원위원회가 대학 총장과 교수들을 정치 연극에 활용하는 매카시즘의 새로운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며 정치권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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