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인 독서량 3.9권 시대...부자일수록, 어릴수록 그래도 많이 읽었다

입력
2024.04.18 17:06
수정
2024.04.18 17:4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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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일·스마트폰 때문에" 독서율 최저치
학생 독서지표는 개선...95.8%·1년 36권
고소득층 독서율, 저소득층 5배 넘어
독서율 감소에도 출판사 증가 기현상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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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이 지난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성인의 독서율, 독서량, 도서 구입량 등 독서 관련 모든 지표가 하락했다. 소득이 적을수록 책을 멀리하는 독서율 양극화도 심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5,000명, 초등학생(4학년 이상)·중학생·고등학생 2,400명을 조사해 18일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에 그쳤다. 종합독서율은 1년간 책을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종합독서율은 2021년에 실시한 직전 조사 대비 4.5%포인트 감소했으며, 1994년 독서 실태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지로 내려앉았다.

"1년간 책 한 권이라도 읽었다"는 성인, 겨우 43%

독서량 조사에선 성인이 1년간 평균 3.9권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웹툰 등을 제외한 종이책 독서량은 1.7권이었다. 종이책 구입량은 1인당 평균 1.0권이었고, 전자책은 1.2권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20대가 종합독서율 74.5%로 가장 높은 독서율을 보였지만, 지난 조사에 비해선 3.6%포인트 감소했다. 30대와 40대의 종합독서율은 각각 68.0%, 47.9%였고, 60세 이상은 지난 조사 대비 8.1%포인트 줄어든 15.5%였다. 초·중·고교생의 독서 지표는 개선됐다. 이들의 종합독서율은 95.8%로 2년 사이에 4.4%포인트 상승했고, 연간 독서량도 36권(교과서·참고서 제외)으로 1.6권 증가했다.

소득에 따른 독서 격차도 두드러졌다. 월 평균 200만 원 이하 소득자의 종합독서율은 9.8%로, 월 평균 500만 원 이상 소득자(54.7%)와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독서도 부의 양극화..."일하느라 시간 없어"

역대 성인·학생 종합독서율. 문체부 제공

역대 성인·학생 종합독서율. 문체부 제공

독서가 외면받는 건 영상 콘텐츠 이용 비중의 상대적 증가, 스마트폰 등을 통한 정보 습득 경로의 다양화, 난독 인구 증가와 집중력 부족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응답자들은 독서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책 이외 매체를 이용해서"(23.4%),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11.3%)가 뒤를 이었다. 학생들은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31.2%)를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독서율을 바라보는 출판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특히 독서 인구가 날로 줄어드는 상황에도 매년 수천 개의 신생 출판사가 출현하는 기현상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문체부에 등록된 출판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7만7,324개. 1인 출판사를 포함해 매년 3,000~4,000개의 출판사가 생기는 것을 감안하면 몇 년 안에 10만 개에 육박하는 전국 커피숍 숫자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 출판인은 "책을 만드는 사람만 넘치고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며 "수요 없는 공급이 지속되면 산업 전체가 몸살을 앓게 되고 출판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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