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 있을 유전자 이야기.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혁신과 도약으로 머지않아 펼쳐질 미래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전성시대를 앞서가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한 소개와 관련 지식을 해설한다.
노화를 질병으로 보려는 새 관점
생쥐 혈구실험의 면역기능 개선
줄기세포도 재생 의학의 돌파구
항생제의 발견으로 인해 인류의 수명이 급속하게 연장되면서, 언젠가부터 감염성 질환에 대한 공포는 약해져 왔다. 이러한 망각으로부터 인류를 일깨운 사건이 바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었다. 마치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적 전쟁이 없었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정세가 급변하며 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평화라는 단꿈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외부의 적으로부터 위험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부의 적은 생물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큰 문제로 남아있다. 특히 바이오 업계에서는 내부의 적을 치료할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내부의 적은 아마 암세포일 것이다. 한때 내 몸의 정상적인 구성원이었던 세포들이 어느 날 변절자 혹은 반역자가 되어 자신의 증식에만 치중해서 결국 나 자신을 사망하게 만들기도 하는 게 암세포들이다. 그런데 격렬한 반역자인 암세포 말고도 내부의 적은 사실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데 '노화'라는 현상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고 믿는 연구자들이 있다. 전에는 '노화'가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인류가 어찌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그냥 받아들여야만 할 과정이 아닐 수도 있으며 특히 일종의 '질병'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래 사상이나 민간 의학에서는 젊은 사람의 혈액 또는 건강한 사람의 혈액이 질병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거나, 노화를 방지하거나 나아가 역으로 회춘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생쥐 실험 등을 통해 이러한 믿음은 일부 사실로 증명되고 있으며 젊은 혈액과 늙은 혈액의 성분 차이가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혈액 내에는 크게 적혈구와 백혈구로 분류되는 다양한 종류의 혈구 세포들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조혈모세포라는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진다. 영어 약자로 HSC라고 불리는 이 혈구형성 성체줄기세포는 크게 My-HSC, Ly-HSC, 그리고 Bal-HSC의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 중 My-HSC와 Bal-HSC가 좀 더 주목할 세포들이다.
늙은 혈액에는 젊은 혈액에 비해 백혈구 세포들의 구성 비율 중 T세포나 B세포 같은 림프구 계열 백혈구들의 비율이 적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또 그 이유가 바로 림프구 이외의 백혈구를 만드는 줄기세포인 My-HSC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Bal-HSC는 림프구 계열의 백혈구 세포들과 림프구 이외의 백혈구 세포들도 함께 만드는 줄기세포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이 유형의 줄기세포보다는, 림프구 이외의 다른 백혈구를 주로 만드는 My-HSC가 보다 왕성해지면서 혈액 내에 림프구 계열의 백혈구 세포들 비율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늙은 혈액에서 My-HSC를 억제하면 림프구 비율이 재조정되면서 다시 젊은 혈액의 특성이 복원되지 않을까. 이런 실험을 My-HSC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를 이용해 실제 해보니, 과연 늙은 생쥐의 혈액이 젊은 생쥐의 혈액처럼 백혈구 비율이 바뀌면서 면역 기능도 젊어진다는 연구가 최근 보고되었다. 면역 기능이 젊어진다는 것만으로 모든 생체기능이 회춘하는 건 아니겠지만 젊은 혈액을 통한 회춘의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훌쩍 다가서는 성과임은 분명하다.
1888년 배아줄기세포 개념이 희미하게 형성되고 약 20년 뒤 1909년 성체줄기세포의 개념이 어렴풋이 제안된 이후 약 100년 가까이 지난 2006년 유도만능 줄기세포 배양이 가능해지며 인류는 재생 의학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다시 20년이 지난 시점에 더 활발한 수명 연장과 회춘의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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