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자녀 두고 33세 6·25 전쟁 자원입대...故 차말줄 일병 74년 만 가족 품으로

입력
2024.04.17 14:30
수정
2024.04.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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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인천상륙작전 다음 날 전장으로
조카는 수류탄 덮어 부하 구하고 순직

고 차말줄(왼쪽에서 두 번째) 일병의 생전 모습. 국방부 제공

고 차말줄(왼쪽에서 두 번째) 일병의 생전 모습. 국방부 제공

33세의 늦은 나이에 아내와 어린 남매를 뒤로하고 6·25 전쟁에 자원입대했던 고 차말줄 일병이 74년 만에 비로소 가족 품에 안겼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04년 강원 횡성군 청일면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의 유전자 분석 결과, 횡성-포동리 부근 전투에서 전사한 차 일병으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2000년 4월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229명으로 늘었다.

유가족 증언에 따르면, 정유회사에 근무하던 고인은 인천상륙작전 다음 날인 1950년 9월 16일 아내와 2남 1녀를 두고 자원입대했다. 국군 제5사단 소속으로 '영남지구 공비토벌' '가평·청평·춘천지구 경비' 임무를 수행하다 1951년 2월 '횡성-포동리 부근 전투'에 참전, 34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고인은 '살신성인의 핏줄'로도 확인됐다. 훈련 중 수류탄을 온몸으로 막아 소대원을 구한 고 차성도 중위의 삼촌으로 밝혀진 것. 육군 27사단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차 중위는 1970년 5월 13일 야간 훈련 중 한 병사가 수류탄 안전핀을 뽑다 실수로 놓치자 몸으로 수류탄을 덮어 부하들을 구한 뒤 복부파열상으로 순직했다.

고인 유해를 유가족에 인계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울산 보훈회관에서 열렸다. 국유단은 신원확인 통지서, 호국영웅 귀환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전달했다. 고인의 아들 차성일씨는 "제 생애 동안 아버지의 유해를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험난한 산꼭대기를 수차례 오르내리며 아버지를 찾아준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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