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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민주당 됐으니 집 살까” “아니, 금리 안 내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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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조국혁신당의 돌풍으로 마무리되면서 향후 집값과 전세난 등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관심이다. 여소야대 국회가 더 공고해지면서 취득세 인하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감세 정책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어 사업 속도를 높이려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공사비 급등에 멈춰 선 정비사업들도 진척이 더 힘들어졌다. ‘공짜 재건축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제 상황은 더 암울하다. 사상 최대 가계부채에 소득도 늘지 않는데 주택 시장이 활기를 띨 순 없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따른 정리가 본격화할 경우 금융 경색으로 시장은 더 움츠러들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금리다. 당초 예상과 달리 고물가가 지속되며 금리가 곧 떨어질 것이란 기대는 접어야 할 판이다. 실수요자라면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다만 건축 인허가 물량이 급감하고 있고 공급 여건도 악화해 2, 3년 후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주택은 '뚝딱 찍어 낼 수 있는 빵'이 아닌 만큼 시장의 선순환을 위해 여야가 힘을 모으고, 정부도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다양한 주택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부동산 감세 정책 제동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열쇳말은 감세와 규제 완화였다. 문재인 정부의 '징벌적 과세'로 시장이 왜곡되고 국민 고통이 큰 만큼 이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의 경우 세율이 최고 82.5%(지방세 포함)에 달해 반발이 거셌고 거래 실종이란 부작용도 컸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했고 이를 내년 5월 9일까지 연장하며 아예 폐지까지 추진했다. 그러나 총선 결과 여소야대로 양도세 중과는 오히려 부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주현 건국대 명예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시장 정상화 플랜 중엔 법을 고쳐야 하는 게 많다"며 "야당 협조가 필요한데 쉽게 동의할 것으로 보이진 않아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도 원점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당시 시세의 60% 안팎이던 공시가격을 9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로드맵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시세가 떨어졌는데도 공시가격과 세금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할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부동산 공시법 개정 사안이다. 당초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추진했던 민주당이 로드맵 폐지 법 개정에 찬성할 리는 만무하다.
시장에서 거래 활성화의 관건으로 꼽는 취득세 완화도 여소야대로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3주택 이상의 경우 세율이 12%나 되고, 1주택자 취득세도 30년 치 재산세보다 더 커진 만큼 완화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지만 민주당은 다주택은 투기라고 반대하고 있다.
‘재건축 시대는 끝났다’
재건축 사업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재초환법)과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규제 등을 재건축 3대 대못으로 보고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달 초 “공사비 상승 등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규제 완화 의지를 밝혔다. 재건축 부담금 부과 기준선을 조합원 1인당 이익 3,0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상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이 지난달 시행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그러나 여소야대가 되면서 추가 완화 가능성은 사라졌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제 재건축은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재초환법 개정에도 실제 부담금은 수억 원에 달해 사업을 재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정부가 사업성을 높여줄 것이란 기대가 완전히 사라져 사실상 재건축 사업은 올스톱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라 공사기간까지 길어지며 재건축 사업은 이미 멈춰 선 곳이 적잖다. 주거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3.3㎡당 공사비는 2019년 490만 원에서 지난해 755만 원까지 치솟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가 3.3㎡당 공사비를 660만 원에서 889만 원으로 인상하며 갈등을 겪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27차(957만 원)와 신반포16차(944만 원) 재건축 조합은 1,000만 원 가까운 공사비를 제시했는데도 시공사 선정에 진통을 겪었다. 금천구 남서울럭키아파트는 재건축 공사비가 3.3㎡당 950만 원에 달해 가구당 분담금이 최대 9억 원에 육박한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도 분담금이 5억 원도 넘을 전망이다. 전용 32㎡ 단일 평형인 이 아파트 시세는 5억 원이 안 된다. 서울시는 용적률을 다소 높여 사업성을 보완해주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지만 공사비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2,451가구 규모의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도 공사비 인상 갈등에 1월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재건축 패스트트랙’도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해 불확실성이 커졌다. 소규모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와 인구감소지역 1주택 추가 구입 시 1주택 특례 유지 등도 소규모주택정비법과 소득세법, 종부세법 등을 바꾸는 데 야당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멀어지는 금리 인하
정치 변수보다 영향이 더 큰 건 경제 환경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21대 국회도 여소야대였고, 여야의 주택 정책 공약이 서로 대척점에 있는 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총선으로 국면 자체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정치 대립 구도보단 경기나 금리의 영향이 더 큰데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해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당초 올해 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작년 말에 비해 연초 거래량이 다소 늘어난 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는 설명이 많았다. 지난해 12월 1,824건에 불과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올 1월에는 2,568건, 3월에는 3,444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기준금리 인하는 계속 늦춰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6일 “(금리 인하) 확신에 이르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는 확신이 들 때까진 기준금리(5.5%)를 내리지 않겠다”고도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와 투자은행 UBS는 최근 연례서한과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오히려 6~8%까지 오를 가능성도 경고했다. 한국은행도 12일 기준금리(3.5%)를 또다시 묶었다. 10회 연속 동결이다.
이미 두 개의 전쟁(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제 충격 우려는 더 커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점점 금리를 빨리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 상당한 거액이 들어가는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구입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급매물이 나오면 거래가 되지만 급매물이 빠지면 또 주춤하는 박스권에 갇혀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정치와 경제 변수 모두 향후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가리키고 있다. 규제 완화 기대감이 사라지고 금리 인하도 멀어짐에 따라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게 현장 진단이다.
2년 후 집값 폭등 우려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주택 공급 감소가 지속될 경우 당장 2년 후부터는 집값이 다시 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주택 인허가는 38만8,000호에 불과했다. 최근 10년 평균인 56만6,000호에 비하면 30% 이상 줄었다. 서울만 보면 2만5,000호에 그쳐 66%나 감소했다. 현재 공사 중인 곳도 차질을 빚는 곳이 많아 앞으로 준공과 입주 물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인 침체 상태이고 총선 후 당장 여소야대의 영향도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공급 부분인데 인허가와 착공이 계속 줄고 있는 데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도 계속 안 해 버리면 문재인 정부 때처럼 집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임 위원은 “물량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고 수요자도 원하는 아파트나 빌라를 구입할 수 있게 시장 원리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김 소장은 “지금대로라면 2026년 서울에 입주할 물량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그때 가면 집값은 또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했으니 이제 집을 사야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며 “과거처럼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 다시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자극해 결국 초양극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반론도 없잖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입주 물량이 감소한다고 반드시 집값이 오르는 건 아니다”라며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입주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집값은 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공사비 갈등과 공사기간 연장으로 입주 물량이 위축되는 시장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다. 채 대표는 “주택 가격에선 가계대출 흐름이 중요한데, 3월부터 가계대출 감소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는 부동산 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인 만큼 2분기 이후는 약세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지금은 부동산 수요와 공급이 모두 위축되는 독특한 상황"이라며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신규 주택이 제때 공급되지 않는 현상이 가져올 부작용을 외면하지 말고 합리적 선에서 공급이 이뤄질 수 있게 여야가 서로 조정하고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도 “신규 공급의 조건이 최악인 상황”이라며 “주택은 수요와 공급에 시차가 큰 만큼 너무 늦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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