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정상회의 유치 나선 경주, "역대 가장 안전한 회의" 자신

입력
2024.04.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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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 외부와 완전 분리
도심과 5㎞ 떨어져 통제 용이
대형 호텔·컨벤션 한 곳에 몰려
골프장·미술관에 놀이시설도
단지 주변으로 문화재 즐비
市 "모든 조건 다 갖춘 도시"

경북 경주시 신평동 보문관광단지가 활짝 핀 벚꽃으로 뒤덮여 있다. 경주시 제공

경북 경주시 신평동 보문관광단지가 활짝 핀 벚꽃으로 뒤덮여 있다. 경주시 제공

경북 경주시가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전에 나선 가운데 경주가 정상회의장으로는 가장 안전한 곳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APEC 정상회의는 미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 정상과 각료 등 6,000여 명이 모이는 연례회의로, 회의장은 물론 숙소와 경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상회의 주무대가 될 보문관광단지 일대는 도심에서 5㎞ 정도 떨어진 데다 단지 가운데 보문호가 있고 가장자리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천하의 요새로 꼽힌다. 진출입로가 제한적이어서 교통통제와 경호가 용이하다. 김준용 APEC경주유치기획팀장은 “보문단지는 지형 특성상 외부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항아리 모양 형태"라며 "정상회의 회의장과 숙박시설 등이 차량으로 3분 거리에 몰려 있어 동선이 매우 짧고 바다와 접해 있지 않아 해상은 물론 시가지나 주요 도로 봉쇄로 인한 시민 불편도 없다"며 정상회의장으로 최적지임을 강조했다.

한국 국제행사 역사 다시 쓴 보문단지

보문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관광단지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의지로 1971년에 착공, 1979년 개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일 때도 툭하면 보문단지를 찾아 나무 한 그루까지 살피며 문제점이 없는지 챙겼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79년 경주 보문관광단지 개장 무렵 유람선을 타고 보문호를 돌아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79년 경주 보문관광단지 개장 무렵 유람선을 타고 보문호를 돌아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개장 첫해인 1979년 제28차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총회와 제19차 워크숍을 유치했는데, 그 해 4월 총회는 서울, 워크숍은 경주 보문단지에서 열렸다. 참가자가 43개국 2,424명에 달했지만 무리없이 치렀다.

경주 보문관광단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주 보문관광단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보문단지는 이를 계기로 급성장했다. 5성급 대형 호텔과 대규모 리조트, 골프장 박물관 미술관과 경주월드 블루원 등 대규모 위락시설이 잇따라 들어섰다. 공연, 자연사박물관, 경주타워, 경주솔거미술관, 야외조각공원 등의 다양한 문화체험시설을 구비한 경주엑스포대공원과 루지 및 워터파크 등도 잇따랐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때 한미 정상회담은 따로 경주 보문단지에서 열렸다. 김재훈 경주시 관광컨벤션 과장은 “경주는 APEC 정상회의의 개최 목적과 국제회의에 가장 부합하는 도시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50년 전 보문단지 조성 후 한국의 국제행사 역사를 다시 썼듯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가와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유적지로 둘러싸인 보문단지

경주는 신라천년의 고도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불국사, 석굴암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4점에 국가문화재 등 360점을 보유해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의 보고이자 가장 한국적인 도시이다. 전 세계 여행객들의 필수 참고서로 불리는 ‘론니플래닛’과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물론 세계 최고 보도매체인 ‘타임지’ 등도 코로나 종식 이후 꼭 가봐야 할 세계 100대 관광도시로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경주를 꼽는다.

석굴암 내부에 있는 본존불. 한국일보 자료사진

석굴암 내부에 있는 본존불. 한국일보 자료사진

보문단지는 경주시가 자랑하는 역사문화유적지와 맞닿아 있다. 남동쪽 직선 5.5㎞ 거리에는 불국사와 석굴암, 서쪽 4㎞ 거리에 첨성대가 있다. 첨성대 주변에는 황남대총 등 신라 왕족이 잠들어 있는 대형 고분군인 대릉원도 있다. 보문단지 남서쪽 4.7㎞ 거리엔 불상과 석탑 등이 산재해 노천박물관이라 불리는 경주 남산이 있다.

특히 APEC 정상회의가 열릴 2025년 11월은 보문단지 내 형형색색 단풍이 최절정에 달하는 시기여서 경주시의 위상은 물론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드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주보문관광단지 전경. 경주시 제공

경주보문관광단지 전경. 경주시 제공

김성학 경주시 부시장은 “경주는 동서 교역로인 실크로드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으로 고대 국제교류의 상징 도시이기도 하다”며 ”전 세계 매체가 집중 조명할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려 한국 가요와 드라마로 다져진 한류 열풍이 외교와 경제 문화적 영향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비된 국제회의도시 경주, APEC에 총력

경주시는 2014년 말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제회의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보문단지 내 특급호텔은 물론 ‘경주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등 탄탄한 컨벤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1시간 거리에 포항경주공항, 울산공항, 김해공항, 대구국제공항도 있다. KTX경주역까지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1998년부터 세계 최초의 도시 간 국제문화박람회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열어 새로운 도시외교의 모델을 만들어냈다.

경주화백전시컨벤션센터 전경. 경주시 제공

경주화백전시컨벤션센터 전경. 경주시 제공

경주시의 국제행사 유치 역량은 2015년 하이코 개관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APEC 교육장관회의와 국제물포럼, 유엔NGO컨퍼런스, 세계유산도시기구총회, 세계인문학포럼 등 다양한 분야의 대규모 행사를 성적으로 치렀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돼 2022년 국제컨벤션협회(ICCA)가 집계한 국제회의 개최 도시 가운데 기초자치단체로는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시는 그동안 보문단지 내 하이코를 중심으로 1000건이 넘는 회의와 전시를 개최했다”며 “APEC 정상회의로 경주가 키워온 전시행사 산업 역량을 성장시키고 역사도시에 이어 국제회의도시로 거듭나 도시 브랜드 가치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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