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노인 최저임금 제외' 논란...고령 노동자 "패륜적 발상"

입력
2024.04.16 17:22
수정
2024.04.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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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활성화 목적 건의안 추진
노동계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위반"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을 비롯한 노인 노동자들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회의 최저임금 노인 적용 제외 건의안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을 비롯한 노인 노동자들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회의 최저임금 노인 적용 제외 건의안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고령 노동자들이 '만 65세 이상 노인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서울시의회 건의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저임금·비정규직 위주인 열악한 근로조건을 더 떨어트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노년유니온·노년알바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요양지부 등은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기섭 서울시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38명이 노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별적으로 적용하자는 내용의 건의안을 발의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사회보장제도를 건강하게 만들려는 어떤 대안도 없이 최저임금만 깎자는 게 과연 옳은 처사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지난 2월 발의한 건의안에는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 대상(장애인·선원·수습근로자 등)을 노인층으로 확대하는 근거 마련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건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유로는 노인 일자리 활성화를 제시했다. 서울시의회 110석 중 국민의힘이 76석을 차지해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임시회에서 건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국회의 법 개정 사항이라 건의안에 구속력은 없다. 다만 정치권이 앞장서 '노인 차별'에 나섰다는 점에 노동계는 반발한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나이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최저임금 제외가 아니라 사회보장 확대와 적정한 일자리 제공"이라고 했다.

노인 일자리가 더 열악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2022년 기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은 275만6,000명 중 125만5,000명(45.5%)이 60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청소노동자인 이애경(65)씨는 "가뜩이나 저임금, 비정규직인 고령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사회안전망을 걷어내겠다는 패륜적인 발상"이라며 "살다 살다 이런 정치인들은 처음 본다"고 했다.

고령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건의안 폐지"를 요구하지만 윤기섭 의원은 "다양한 임금을 받아 어르신들이 용돈벌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해 드리자는 취지"라며 "더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지만 폐지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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