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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책임인가’… 중동 위기 고조 두고 동남아 균열 커지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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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촉발한 중동 위기 여파가 동남아시아까지 번지고 있다. ‘중동 긴장이 누구 탓인가’를 둘러싸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이 쪼개진 것이다. 회원국별 종교와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면서 반세기 넘게 뭉쳐온 아세안의 '단결성' 원칙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16일 자카르타포스트와 CNA방송 등 아세안 각국 언론을 종합하면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와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형제국’ 이란 지지에 나섰다.
말레이시아는 전날 모하마드 하산 외무장관 명의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비인도적이고 사악한 행위에 대한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이란을 이용하고 있다”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어떠한 추가 보복 조치도 취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국가 수장까지 가세했다. 같은 날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이란의 드론(무인기) 공격은 이스라엘 시온주의 정권의 잔혹한 (이란) 영사관 공격에 대항하는 정당 행위”라고 옹호했다. 이전까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한발 더 나아가 노골적으로 이란을 감싸고 나선 것이다.
이웃 국가 인도네시아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과 다양한 국제법 위반 등을 종식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중동의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즉각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나라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때도 하마스의 손을 들어줬다. 지금까지도 현지에서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친(親)이스라엘 계열로 분류되는 미국 글로벌 기업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이란 공격을 공개 규탄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불안정한 중동 상황이 더 넓은 지역 분쟁으로 확산할까 우려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건국 초 이스라엘 도움으로 군대를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무인정찰기 등 다수의 이스라엘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 태국 등 다른 아세안 국가는 “평화롭게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며 일단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베트남은 이스라엘의 세 번째로 큰 무기 수출 시장이고, 태국은 이스라엘에 3만 명 가까운 노동자를 파견한 국가다. 이란이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과 관련됐다’며 나포한 선박에는 필리핀 선원 4명도 탑승했다. 이 때문에 중동 갈등이 격화할 경우 이들 국가가 보다 선명한 입장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세안 존립 기반인 ‘단결성’은 또다시 흔들리게 됐다. 아세안 10개국은 인종, 종교, 국토 규모, 정치 시스템 등 모든 측면에서 차이가 크지만 ‘다양성 속의 조화’라는 기치 아래 57년간 한목소리를 내며 강대국에 맞서왔다. 그러나 2021년 발발한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대응 방법을 두고 국가 간 의견이 엇갈리며 잡음이 이어졌는데, 여기에 중동발(發) 종교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히면서 균열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가 지난 2일 발표한 ‘동남아 보고서’에서도 아세안 10개국 소속 오피니언 리더 2,000여 명은 가장 큰 지정학적 우려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꼽았다. 중동 문제가 동남아 지역 갈등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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