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속가능한 생태계, 건전한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기 위한 ESG적 시각에서의 이슈 탐구와 혁신 사례 소개
올해 봄꽃은 유난히 개화 시기를 알기 힘들었다. 일반적 패턴인 개나리 피고, 목련 지고, 벚꽃 피는 순차적 향연이 아니라 모든 꽃이 함께 개화해서 빨갛고 노랗고 하얀 색깔의 조화가 동시에 어우러졌었다. 예쁜 색의 조화를 보면서 머리 한구석에 떠올랐던 기후위기란 단어는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우리는 어느 순간 기후변화를 기후 '위기'로 부르고 있지 않던가!
이런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크게 2가지로 나눠진다. 첫째가 감축(Mitigation)이며, 둘째가 적응(Adaptation)인데, 우리의 대응 노력은 그나마 주로 '감축', 즉 탄소배출 감축에만 중점을 두고 이뤄진 듯하다.
매년 1월 초 개최되는 다보스 포럼은 총회 직전에 한 해의 글로벌 리스크를 예측한 '글로벌 리스크보고서'를 발간한다. 어느 순간 10대 위기 중 상당수가 기후위기와 연관되어 있음을 다들 아실 것이다. 특히 2023년도 보고서를 보면 '10년 후 가장 심각해질 글로벌 리스크' 3위에 등재된 것은 '이상기후'였다. 가장 심각한 1위로는 '기후 변화 완화 실패'로 나타났지만, 2위로 확인된 것이 '기후적응 실패'였다. 무려 상위 10대 리스크 중 3개가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있고, 이 중 기후적응이 무려 2위에 포진되어 있는 것이다.
기후적응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금융안정위원회(FSB)가 2015년 설립하고 2년 후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는 'TCFD 프레임워크'이다. 기후위기가 초래할 자산변동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전에 기후변화의 금융·재무적 위기 상황을 공개하자는 움직임이었다. 이후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큰 관심에 힘입어 현재 기후적응 리스크는 금융계와 기업계를 중심으로 개별적인 대응 움직임이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비즈니스 전략으로 내재화되지도 못했고, 국민의 행동 변화에도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기후리스크 데이터를 오픈하는 '클림RR'이라는 포털을 개설한 바 있다. 기후(climate) 변화의 리스크(Risk)를 알려줘서 재난복원력(Resilience)을 제고하기 위한 플랫폼인 것이다. 특정 지역을 클릭하면 1995년 이후부터의 이상기온 일수를 보여주고, 미래로는 2094년까지의 향후 70년간 기후 시나리오별 이상기온 일수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과거 및 미래 예측 정보까지 제공함으로써 각기의 목적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다.
기업들도 '업무연속성계획(BCP)' 차원에서 당해 기업의 기후적응력을 제고하는 노력을 서서히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미 2022년 지도 위에 기후발생 시나리오를 표시한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 지도'를 구축한 바 있고, 작년부터는 분석의 정확도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분석 격자단위를 종래 1㎞에서 보다 세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탄소감축(Mitigation)뿐만 아니라, 또 다른 축인 기후 적응(Adaptation)까지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인 계획과 실행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기후 적응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하는 기후적응 대응체계가 수립되고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겨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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