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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유기되는 이유의 불편함

입력
2024.04.17 04:30
27면

생태계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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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유기동물 보호소에 입수된 동물의 수는 11만2,000마리이다. 이 중에 38%만이 보호자에게 반환되거나 입양되었다. 절반은 보호소에서 죽었거나 죽임을 당했다. 동물자유연대가 분석한 2022년 유기동물 통계 자료에 의하면 유입 동물의 약 70%는 개로, 그중 절반은 1세 미만의 어린 강아지이다. 이는 질병과 비용으로 인해 노령인 반려동물을 유기한다는 통념과는 상반된다. 개의 경우 유기되는 비율이 연중 크게 변동이 없다는 점은 휴가철에 유기가 늘어난다는 주장의 설득력을 약화시킨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휴가철 유기 방지 캠페인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대도시 지역보다 시군 지역에서 유기된 동물 수가 많은데, 이는 거주지나 환경에 따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유기동물 통계에 따르면 5월에서 7월까지 유입동물 수가 늘어나는데, 봄철에 태어난 새끼 고양이 때문으로 추측된다.

최근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는 '반려동물 양육 포기나 파양을 고려한 이유'를 묻는 문항이 추가되었다. 조사 결과, 작년과 올해 응답자 열 명 중 두 명이 양육 포기를 고려했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동물이 물건을 훼손하는 등 행동 문제를 보이거나, 예상보다 지출이 많거나 또는 이사나 취업으로 보호자의 삶이 달라졌거나, 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응답결과와 유사한 연구결과도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보호자는 동물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를 하고, 반려동물의 행동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며, 입양 후 급하게 안정적인 관계를 기대하거나 동물을 돌보는 데 드는 노동을 과소평가한다. 이들은 결국 반려동물을 유기할 가능성이 높다. 강아지는 잘 짖고 무언가를 물어뜯고 활발하게 놀며, 잘 먹고, 예방접종이나 중성화 수술이 필요하다. 즉 사람들이 양육 포기를 생각했던 이유는 동물이 야기할 수 있는 정상적이고 평범한 불편함에 불과하다.

동물 유기에 대한 정당화는 향후에 더 쉬운 양육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도덕적 의무감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물건을 훼손하고 돈이 든다는 이유라면 어떤 반려동물도 유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는 때로는 문제가 많을 수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느 순간이라도, 반려동물이 유기되어도 되는 이유는 없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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