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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체제→유신 독재'로 교과서 수정한 교육부 직원 무죄 확정

입력
2024.04.16 11: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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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찬위원장 동의 없이 213곳 바꿔
법원 "직권남용 있었다 볼 수 없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편찬위원회 동의 없이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무단 수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육부 공무원들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사문서위조 교사, 위조사문서행사 교사 혐의를 받는 교육부 전 과장급 직원 A씨 등 공무원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교육부에서 교과서 정책을 담당했던 A씨 등은 2017년에 2018년용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내용 중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박정희 정부 '유신 체제'를 '유신 독재'로 바꾸는 등 총 213곳을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책임자인 편찬위원장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하급 직원에게 편찬위원회 협의록에 편찬위원장 도장을 임의로 찍게 시킨 혐의 등도 적용됐다.

쟁점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는지였다. 1심은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과서 수정에 반대하는 편찬위원장을 완전히 의사 결정에서 배제했다"면서 "미래 세대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에서 중요한 사무를 담당하던 중 이런 범행을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A씨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였다"면서 "교과서 수정은 전문가들이 결정한 것으로 실무자는 결정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교과서 수정·보완권을 위임 받아 2009년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맞게 교과서를 수정하려 한 것이라서,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편찬위원장에게 교과서 수정에 대한 요청권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편찬위원장의 권리행사가 방해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서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만 성립된다. 사문서위조 교사와 위조사문서 행사 교사 등 혐의에 대해선 증거가 부족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지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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