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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연착, 470원 내고 보상받자"... 가성비 품은 '미니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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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최모(32)씨는 자꾸 연착되는 항공편이 가장 스트레스입니다.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짜는 편인데, 한번은 항공기 정비 문제로 출발 직전 5시간이나 이륙이 지연되는 바람에 하루치 일정을 통째로 날려야 했거든요. 귀국길에 수하물이 같이 도착하지 않아 한바탕 난리를 치른 적도 있습니다. 유럽 공항에서 실수로 비행기에 짐을 싣지 않았답니다. 심지어 며칠이 지나 귀국한 캐리어는 한쪽이 푹 찌그러져 있었다네요.
새롭게 일본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최씨 눈에 들어온 건 '비행기 지연'만 보상해 주는 여행자보험입니다. 평소 최씨는 따로 여행자보험을 들지 않지만 자주 발생하는 비행기·수하물 지연만큼은 보장받고 싶었거든요. 알아보니 카카오페이손보에선 항공기와 수하물이 4시간 이상 지연되면 30만 원을, 국내 공항 출국 항공기가 2~4시간 지연되면 2만 원을 보장해 준다고 합니다. 가격은 일주일 여행에 단돈 470원. '자판기 커피' 한 잔 값이면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단 거죠.
필요하지 않은 보장까지 덕지덕지 붙은 상품에 장기간 돈을 내기가 부담스러워 평소 보험 가입을 멀리해 왔다면, 필요한 보장만 쏙쏙 뽑아둔 '미니 보험'은 어떨까요. 소액 단기보험이라고도 불리는 미니 보험은 보험 기간이 짧고 보장 범위가 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을 통칭합니다. 짧으면 하루만 가입해도 되고, 비싸도 1만 원 안팎으로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가입 방법도 주로 모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하기 때문에 간편하고요.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솔깃할 만한 상품이 많을 텐데요, 어떤 재미난 보험이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레저보험은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상품입니다. 스포츠 활동 중 본인이 다치거나 상대를 다치게 하는 상황 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를 보장해 주는 개념인데요. 장점은 저렴한 가격에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짧은 기간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1,000~5,000원 수준이면 스키장을 방문하는 주말 하루 동안의 사고 보장이 가능합니다.
몇 년 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골프 관련해선 여러 보험사가 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골프 중 다치거나 다치게 했을 때 보상하는 내용도 물론 담고 있지만, '홀인원' 내용만 따로 뺀 보험도 있습니다. 골프 경기 중 홀인원을 했을 때 기념품 구입 비용, 축하 라운드 비용, 동반 캐디 축하금 등을 보장해 주는 보험인데요. 대표적으로 한화손보 '백돌이 홀인원보험'은 월 3,200원에 홀인원 비용 100만 원이 보장됩니다. 삼성화재는 아예 '스크린홀인원보험'을 출시했는데, 스크린 골프장에서 홀인원 시 축하 비용 20만 원을 지급한다고 하네요. 보험료는 게임 1회당 단돈 1,000원입니다.
골프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보험을 들 수 있습니다. 비교적 위험성이 높은 등산, 스키, 하키, 축구는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탁구, 배구, 배드민턴도 보험 대상입니다. 심지어 '낚시 보험'도 있답니다. 하나손보에서 내놓은 낚시 보험은 보험료가 하루 790원입니다. 상해사망 보험금(2,000만 원)뿐 아니라 골절 진단·수술비, 깁스치료비, 입원 일당 등을 보장해 주죠. '낚시가 뭐 그리 위험하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달 초에도 경남 거제도에서 방파제 낚시를 하던 60대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물론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본인이 가입한 실손보험에 '일상생활 배상책임 보험' 특약의 포함 여부입니다. 일상생활 배상책임은 일상생활 중 본인이 의도치 않게 남에게 인명·재산상 피해를 입혔을 때 보장해 준다는 내용인데요, 이게 들어가 있다면 실손보험만으로도 웬만한 사고는 '커버'가 가능해집니다. 굳이 레저보험을 따로 들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소비자 눈길을 끌기 위해 특이한 이름과 보장내용을 앞세우는 상품도 있습니다. 롯데손보 '불효자보험'이 대표적인데요. 월 1만 원대 보험료에 자식이 챙겨 드리고자 하는 부분을 보험으로 보장해 주는 상품입니다. 예컨대 부모가 보이스피싱·스미싱에 당할 경우 최대 100만 원을 지급하고, 손주 돌봄 등으로 골절·관절 손상 시에도 30만~50만 원을 보상해 줍니다. 양가 부모 중 2인 이상 가입하면 보험료를 10% 할인해 주기도 한다네요.
요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펫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반려견 산책 때만 보장해 주는 보험도 있습니다. 캐롯손보의 '스마트온(ON) 펫산책보험'은 산책 중 내 반려견이 다른 강아지나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반려견을 잃어버린 경우, 그리고 반려견이 산책 중 상해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 사고 보장을 해주는 상품인데요. 특이한 점은 산책을 나갈 때만 스위치를 켜는 방식이라 효율이 높다는 겁니다. 한 달 기본료 2,000원만 내도 소형견 기준으로 산책 1회(4시간 기준)에 38원씩 차감돼 산책 총 52회까지는 추가금 없이 보장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다만 도사견과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일부 견종은 가입이 제한됩니다.
가전제품 수리비를 보상해주는 보험도 있습니다. 롯데손보의 '가전 애프터서비스(A/S)' 보험은 냉장고부터 에어컨, 세탁기, 식기세척기, 안마의자, TV 등 19가지 가전제품이 고장날 경우 연간 100만 원 한도로 수리비를 보상해 줍니다. 보험료는 어떤 제품을 선택하냐에 따라 다른데요. 예를 들어 안마의자(4만80원)만 선택할 수도 있고, 냉장고(3,850원)와 세탁기(5,340원)까지 포함하면 월 보험료가 4만9,280원이 됩니다. 중고품도 가능하지만, 파손된 경우엔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니 주의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손보사들은 미니 보험 개발에 소극적입니다. '돈'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손보사의 주 수입원은 보험료 납부 기간이 3년 이상인 장기보험입니다. 월 수십만 원씩 3년 이상 꼬박꼬박 내다가 한 번에 수백만 원을 받아가는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모으는 게, 월 1,000원씩 내고 한 푼도 안 타가는 고객 수십 명보다 낫거든요. 지난해 손보사 수입보험료 총 125조2,017억 원 중 장기보험이 66조2,119억 원으로 52.9%에 달했습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소액단기전문보험업 제도를 도입한 지 2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미니 보험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미니 보험사'는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니 보험은 보험 가입을 꺼리는 2030세대가 보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 주는 역할이지, 주된 수입원이 되긴 어렵다"며 "그나마 현재 여행자보험 정도가 시장성이 보이는 상황이지만, 이것만으로 보험사를 운영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일본은 미니 보험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미니 보험 천국'이라 불립니다. '집단따돌림(이지메) 보험'부터 '결혼식 보험', '지진보상 보험', '변호사 보험' 등 특이한 보험이 많다네요. 다만 일본도 시장 정착에 10년 가까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겠죠.
업계는 올해 들어 금융당국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보험비교 플랫폼이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 포화 상태인 자동차보험은 비교 플랫폼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2분기부터 출시 예정인 여행자보험이나 펫보험 비교 플랫폼에는 보험사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거든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 데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면입니다. 소비자들도 더 편하게 미니 보험에 접근할 수 있게 될 테니, 기대해 볼 만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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