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리점에 갑질' 한샘·퍼시스·에넥스에 시정명령

입력
2024.04.14 14:28
수정
2024.04.14 14:4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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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 조건 계약하고 판매장려금 안 줘
판매금액 요구, 분기 판매목표 강제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샘디자인파크 전경. 한샘 제공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샘디자인파크 전경. 한샘 제공

약속된 판매장려금을 주지 않거나 강제한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매기는 등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해온 가구사들이 경쟁당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한샘, 퍼시스, 에넥스 3개 가구사의 대리점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대리점법 제정 이래 가구 제조업체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대리점의 이익을 침해한 행위를 적발한 최초의 사례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샘과 퍼시스는 2017년 '대리점이 결제일에 물품대금을 완납하지 못할 경우 본사가 약정한 판매장려금을 미지급할 수 있다'는 일방적인 조건을 설정해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대리점이 결제일 이후 대금을 완납해도 미납액 비율, 지연 일수와 관계없이 판매장려금 전액을 주지 않았다. 이 방식으로 지난해까지 한샘은 78개 대리점에 총 2억6,609만 원, 퍼시스는 25개 대리점에 4,303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샘은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리점에 본사가 공급하는 상품의 판매금액 정보를 소비자 분쟁 해결 등의 명목으로 자체 경영정보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금액 정보는 본사에 제공되면 대리점 마진이 노출돼 공급가격 협상 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어, 영업상 비밀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중요 정보로 취급된다.

에넥스는 2013년 4분기~2021년 3분기 대리점에 분기별 판매목표를 강제하고, 달성하지 못한 27개 대리점에 매출 페널티(벌칙) 명목으로 3억9,085만 원을 부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구사는 공정위 지적 사항을 모두 바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정용, 사무용가구 시장에서 각 매출액 순위 1위인 한샘, 퍼시스 등 사업자를 제재해 해당 업종 공급업자의 경각심과 법 준수의식을 높였다는 의의가 있다"며 "가구 업계에서 대리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지속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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