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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경제 심판'이 '정권 심판' 불붙였다... 민주당 압승 요인은[총선 개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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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권 심판론' vs '야당 심판론' : 정권 심판론의 압승으로 끝나다.
야당의 '정부·여당 심판론'과 여당의 '야당 심판론(이재명·조국 심판론)'이 맞선 제22대 총선은 결국 정부·여당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국민의힘과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175석을 얻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차지하며 범야권 정당이 200석에 육박했다.
2020년 총선과 대비되는 결과다. 당시 야당 심판론이 작동해 범여권의 180석 승리를 견인했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정권 심판론이 야권의 대승을 이끌었다.
불과 2년 전 대선만 해도 고작 0.7%포인트 차이였지만 결과적으로 보수당 후보가 승리했다. 곧이어 치른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석을 싹쓸이하고 민주당 후보는 불과 5석을 얻었다.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2년 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심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당시 승리한 국민의힘은 2년 후 치른 이번 총선에서 심판의 대상이 됐다.
민주화 이후 촛불 탄핵 국면까지 선거의 특징으로 '10년 주기 정권교체설'을 꼽을 수 있다. 특정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대체로 2회까지는 집권연장에 성공하고 10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되는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총선에서 180석 압승을 거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불과 총선 승리 2년 만에 정권교체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처음으로 집권 5년 만에 정권교체의 쓴맛을 봤다. 윤석열 정부 역시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2년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완패함으로써 2년 뒤 지방선거와 3년 후 대선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2. 국민의힘 '야당 심판론', 정권 심판 심리만 강화시켰다.
필자는 "정권 심판론이 강세이지만 실제 유권자의 표심이 민주당 지지로 표출되는 데는 여러 제약이 있다"고 강조해왔다. 중도 유권자층의 다수는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대안이 되는 야당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 판단하는, '여당도 심판하고 야당도 심판하고 싶은 동시 심판론자'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야당이 정권 심판론에 올인하는 것만으로 민주당 지지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또한 선거기간 발표된 다수의 여론조사가 내놓은 결과를 보면 대체로 '친민주당 편향'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선거 결과는 2020년과 유사하게 '압도적인 민주당 지지'로 표출됐다. 대체로 부산·경남(PK)을 제외한 모든 지역과 모든 계층에서 촛불과 탄핵 과정을 거치며 형성된 보수 지지층은 위축되고 민주당 우위의 지지 연합은 복원된 것이다.
왜 예상이 빗나갔을까. 우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이 직접적으로 '야당 심판론'을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020년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직접적으로 야당 심판론을 제기하기보다는 '촛불 혁명의 완수'라는 명분과 '코로나19 대응 성과'를 내세웠다. 이는 이념 공세와 정권 심판론에 올인하는 야당의 예봉을 피하는 동시에 오히려 간접적으로 야당 심판론을 부각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전략과는 분명하게 달랐다. '386운동권 정당 심판'과 '이재명·조국 심판'으로 야당 심판을 강조한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으로서 책임에 대한 자성과 혁신보다 책임을 전가하는 집권 세력의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그 결과 중도 유권자인 동시 심판론자들이 거꾸로 정권 심판론으로 쏠리게 한 주된 요인이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3. 민주당, '검찰 정권 심판론'에서 '경제 심판론'으로 무게중심 이동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막말과 이념공세에 치중하지 않은 것은 물론 심판 타깃의 무게중심도 '검찰정권'에서 '경제 심판론'으로 옮겼다.
필자는 야당이 검찰 독재나 김건희 여사 심판론보다 경제 심판론을 중심으로 정권 심판론을 주장해야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갤럽조사에서 대통령 부정평가의 핵심 이유로 꼽은 응답이 작년 하반기부터 줄곧 '민생·경제·물가' 쪽에 쏠려 있었고 △문재인 정부 시기보다 체감경제인식이 훨씬 심각하다는 실증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올 상반기까지 경제 심판론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주로 '검찰 독재론'이나 '김건희 여사 특별법' 이슈 등 주로 여야 간 포지션 이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필자는 이로 인해 정권 심판론 점화가 지연됐다고 판단했다.
야당의 경제 심판론은 3월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경제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전면에 등장했고, 이 과정에서 '대파 논란'과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강행'이 불거지며 정권 심판론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고 할 수 있다.
선거 직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 위원장, 조국 대표의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대표의 경우 2월 하순부터 3월 중순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경제' '심판'을 키워드로 하는 정권 심판이 급증했다. 조 대표의 경우 주로 '검찰' '독재' 등의 키워드를 통해 정권 심판론을 강조한 것과 대비된다. 야당의 경제 심판론이 대파 논란, 이종섭 논란과 맞물리며 정권심판 구도를 공고히 한 셈이다.
당시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3월 23~26일)에서도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 6개 격전지를 추려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번 총선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요인'을 물어본 결과 모든 지역에서 '과일값 등 물가 인상 문제'를 꼽은 응답이 23~3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최대 현안으로 여겨지던 △이종섭 대사 논란 △후보자들 막말 이슈 △의대 증원 문제를 꼽은 응답보다 물가가 앞섰다. 이처럼 경제 이슈를 중시하는 경향이 주로 중도층과 동시 심판론자들의 특성임을 고려하면, 경제 심판론이 본격적으로 점화하면서 정권 심판론이 강화돼 민주당에 대한 지지 쏠림 현상을 이끌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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