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훈장까지 받았는데 참전유공자 현충원 안장 거부, 왜?

입력
2024.04.14 13:37
수정
2024.04.14 14:5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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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정부 훈장에도 불허, 유족 소송
10개월 탈영 이력..."이탈 정당화 안 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차례 훈장을 받은 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가 현충원 안장을 거부당했다. 유족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10개월간 탈영한 이력을 문제 삼아 안장을 불허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6·25 참전용사 A씨의 자녀들이 국립서울현충원장을 상대로 낸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 결정 취소 소송에서 2월 7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6·25전쟁에 참전해 세운 공적을 인정받아 충무무공훈장을 수훈하고, 1988년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제대 후에는 외교부 장관·국무총리 비서실에서 근무한 공로로 홍조근정훈장도 받았다. 국제연합헌장옹호공훈, 6·25전쟁 정전60주년기념 호국영웅장 등도 그에게 수여됐다.

공적이 충분한 만큼 2022년 A씨 사망 후 유족 측은 그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의 탈영 이력이 문제였다. 현충원 측은 "A씨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이에 반발해 현충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현충원 측 손을 들어줬다. 병적자료에 근거해 A씨가 약 9개월간 탈영했다가 복귀하고, 약 1개월간 전입부대에 도착하지 않은 사실 등을 토대로 합계 10개월간 탈영으로 부대를 이탈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복무 중 무공훈장을 수여받고, 전투 과정에서 상이를 입었으며, 복무 후 공직생활을 하며 여러 공로를 인정받아 망인은 국립묘지 안장대상자의 자격요건을 충분히 갖췄다"고 밝혔다. 다만 "군 복무 기간 부대를 무단이탈한 기간 10개월이 짧다고 보기 어렵고, 이탈을 정당화할 다른 특별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선고 후 유족 측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같은 달 확정됐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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