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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들이 합숙하며 애인을 찾는...연애 리얼 '연애남매', 이래서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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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연애 예능? 그런 거 왜 봐? 진짜 이해 안 돼.”
불과 2, 3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쉽게 들었다. 티빙의 '환승연애' 시즌2 출연자 현규의 "내일 봬요, 누나"란 말이 '밈'(meme·인터넷 유행)으로 퍼지고, ENA·SBS플러스 '나는 솔로' 돌싱 특집에 출연한 16기 영숙과 상철의 '괴짜 로맨스'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요즘엔 연애 예능의 인기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 예능의 화두가 된 '연애'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열풍을 주도한 채널A '하트 시그널'(2017)의 첫 방영 이후 7년. ‘연애’는 한국 예능의 가장 중요한 테마가 됐다. 남녀가 한집에서 합숙하며 주기적으로 데이트를 하고,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매일 밤 선택한다는 포맷 또한 하나의 문법으로 고착됐다. 연애 리얼리티의 흥행 경쟁은 어떠한 창의적인 변주를 더하느냐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방송을 시작한 JTBC '연애남매'는 연애 예능이라는 격전지에서 '환승연애'로 승리를 경험한 바 있는 이진주 PD의 새 작품이다. 주인공은 네 쌍의 남매다. 그들은 타인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감춘 채 합숙, 데이트, 선택이라는 반복적인 규칙을 이행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앞에서 사랑을 찾아야 한다’는 곤란한 명제는 '환승연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환승연애'가 그 곤란한 감정을 질투와 미련으로 확장했다면, '연애남매'에서 그 감정은 가장 나다운 매력을 끌어내는 도구이자 혈육 간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또 다른 내러티브로 작용한다.
동성에게도 '좋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연애와 가족애는 그리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개념이 아니다. '연애남매'는 바로 그 부자연스러움을 파고들어 다른 연애 리얼리티에선 볼 수 없는 지점을 만든다. 연애를 시작할 땐 상대가 속한 복잡한 관계들까지 미리 가정하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상대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탓에 상대의 보이지 않는 매력과 특질을 쉽게 놓치고 만다. '연애남매'에서는 상대의 혈육이 늘 주변에 존재한다. 그것은 출연자들에게 '내가 관심 있는 사람이 누군가와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꾸준히 인식하게 만든다. 이것은 서로를 더욱 존중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상대를 관계 속에서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연애남매'에서는 동성 출연자들이 서로의 경쟁자이기만 한 게 아니다. 출연자들은 모두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상대의 혈육이다. 그래서 출연자들은 이성뿐 아니라 동성에게도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 그렇게 형성된 서로에 대한 호의는 신뢰가 된다. 한 부모 가정, 부모 없는 가정 등 각기 다른 형태의 가정에서 자란 남매들은 이곳에서 ‘매형과 처남’ 또는 ‘형부와 시누이’가 된다. 연애 감정 위에 서로를 존중하며 얻어진 묘한 가족애를 더하고, 시청자들은 두 가지 사랑을 모두 경험하게 된다.
깨끗한 연민, '사랑'의 새 화법
혈육인 윤하가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것을 알게 된 정섭의 분노, 그리고 오빠인 용우가 자신에게 너무 잘해줘서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그의 누나로 태어나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는 주연의 고백, 동생이 책임감을 내려놓길 바란다는 초아의 소원, 그 말을 전해 듣자마자 쏟아진 철현의 눈물까지. '연애남매'의 출연자들이 혈육에 대해 말하면서 보이는 깨끗한 연민은 그 어떤 소개팅 프로그램에서도 본 적 없는 강력한 자기소개이자 매력 어필이다. 가족이라는 관계를 통해 연애 상대가 가진 사랑의 모양을 관찰하는 '연애남매'는 출연자를 존중·보호하지 않으면서 사랑에 대한 정의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연애 프로그램들과 대척을 이룬다. '연애남매'가 구사하는 연애 리얼리티의 새로운 화법이 이 장르의 표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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