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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대통령의 강력한 힘

입력
2024.04.14 16: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자신의 감세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자신의 감세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로널드 레이건. 미국 40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조차 존경하는 공화당의 중시조(中始祖)격 인물이다. 그는 많은 명언을 남겼는데, 1980년 지미 카터와의 대선경쟁 때 나온 불황의 정의에 대한 촌철살인은 지금까지 회자된다. 경기침체와 불황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에, “이웃이 일자리를 잃으면 경기침체, 당신이 일자리를 잃으면 불황”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회복은 지미 카터가 실직자가 되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 등 그의 정책은 호전적이고 보수적 색채가 강했다. 대부분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희망과 용기를 주는 특유의 화술 덕분에 레이건은 당초 민주당 지지자이던 사람에게서도 인기가 많았다. ‘부드러운 말은 분노를 몰아낸다’는 영국 속담을 몸소 실천에 옮긴 정치인인 셈이다.

□ 지도자의 말이 부드럽지 않으면, 영국 속담대로 민심은 분노한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도 그 때문이다. 참패 요인으로 대파 값 등 생활물가 폭등이 지목되지만, 찬찬히 따지면 꼭 그렇지도 않다. 총 1,000포인트인 소비자물가지수 구성에서 대파 비중은 0.9에 불과한 반면, 전세는 54.5, 월세는 44.9에 달한다. 대파와 과일 가격이 50% 이상 올랐더라도, 대파보다 비중이 50배가량 큰 전세는 3년 전보다 내린 상태였다(2021년 6월 100, 2024년 2월 92.6). 여당도 뒤늦게 그런 주장을 폈지만, 민심은 터무니없는 대파 값을 외친 대통령 입에 분노했다.

□ 다수의 선택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야당 압승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면죄부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그들에 대한 사법절차는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 중요한 건 다수결이 우리가 선택한 체제의 룰이란 점이다. 윤 대통령은 역사적 소명으로 자임하는 개혁을 완수하려면 국민 마음부터 얻어야 한다는 점, 그러려면 진심으로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걸 인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궤멸적이었던 지상파 방송3사의 출구조사와 달리, 국민들이 개헌 저지와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108석을 준 의미도 거기에 있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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