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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으로 부르고 색칠로 기억하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슬픈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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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경기도미술관은 세월호 참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다. 미술관은 화랑호수를 끼고 단원고등학교와 마주한다. 유리창으로 학교의 붉은 벽돌이 보일 정도로 지척이다. 참사 당시 미술관 주차장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됐고 미술관의 일부 공간은 정부 합동조사 사무실, 세월호 유가족 사무실로 쓰였다.
공공미술관으로서 경기도미술관은 '예술을 통한 위로'를 해왔다. 2016년 '사월의 동행' 전시, 2021년 '진주 잠수부' 전시에 이어 참사 10주기인 올해는 추념전 '우리가, 바다'를 연다. 이번 전시엔 회화, 조각, 영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17명(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사진작가 황예지(31), 안무가 송주원(51), 조각가 겸 작가 안규철(69)은 이번 전시를 위해 미술관의 의뢰를 받아 만든 작품을 내놨다. 이들을 12일 경기도미술관에서 만났다.
황예지 작가는 안산시 상록중학교 졸업생이다. 사춘기 시절 "되바라진 학생"이었다는 그에겐 "서툴고 방황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선생님"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명단에 그 선생님의 이름이 있었다. 단원고 발령 한 달 만에 참변을 당한 고(故) 고창석 교사다.
"선생님에 대한 증언들을 보면 한결같이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구조하려고 했대요. 참 선생님답다 싶었어요. 언젠가 선생님께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할 기회가 있을까 싶었는데, 10주기 전시를 통해 그럴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황 작가의 출품작 '안개가 걷히면'은 각기 다른 시기에 찍은 세월호 관련 사진 12점을 일렬로 배치한 것이다. 그는 "'세월호 세대'가 '이태원 세대'로 이어지면서 어린 친구들이 국가와 재난을 부정적으로 감각하기 쉬운데, 이번 전시가 안전에 대해 확장된 경험을 갖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장 한가운데 스피커에선 세월호 희생자 304명이 천천히 호명되는 목소리가 나오고, 스피커 앞 스크린에는 무용수가 그 이름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영상이 흐른다. 안무가이자 댄스필름 감독인 송주원 작가의 영상 작품 '내 이름을 불러줘'이다. 출품작 중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희생자를 추도하고 기리는 작품이다.
송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몸으로 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자음 'ㅇ'은 어깨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손가락 2개를 들어 모음 'ㅣ'를 써서 '이'라는 성을 몸으로 부른다. 몸짓으로 304명을 부르는 데 1시간 35분이 걸렸다. "몸선이나 춤이 이름을 가리지 않도록 동작을 빼려 노력했습니다. 작품의 목적은 희생자 한 분 한 분을 세상에 다시 호명하는 데에 있으니까요."
조각, 미술, 철학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해온 안규철 작가는 색칠놀이 형식의 관객참여형 작품 '내 마음의 수평선'을 내놨다. 전시실 마지막 공간의 넓은 벽을 채운 가로 700㎝, 세로 210㎝ 크기의 알루미늄 판에 촘촘한 밑그림과 숫자가 적혀 있다. 그 옆에 가로·세로 7㎝의 조각 패널들이 놓여 있는데, 관객들이 물감과 유성마커로 패널을 색칠하고 나면 모자이크 하듯 패널을 이어 붙여 작품을 완성한다. 패널 3,000개가 모여 완성하는 것은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다.
패널 하나하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추상적 결과물이지만, 전부 모으면 하나의 그림이 되는 과정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과 닮았다고 안 작가는 말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간직하자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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