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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에서만 27조, 화끈한 ‘보조금’ 수혜…대만 TSMC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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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반도체(Semiconductor), 보안(Security)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지원 규모는 총 116억 달러(약 15조7,000억 원)다.” (8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러브콜’에 화답한 대가는 화끈했다. 급박해진 국제 정세를 고려, 당초 예상치까지 초과하면서 책정된 통 큰 투자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핵심으로 자리한 대만 TSMC의 유·무형적인 가치도 가미된 듯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TSMC에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6억 달러(약 8조9,0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보조금은 당초 알려졌던 5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액수다. 상무부는 또 50억 달러 상당의 저리 대출도 TSMC에 제공키로 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 2022년 말 ‘챗GPT’ 출시와 더불어 대중화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반도체 수요를 촉발시키면서다. 반도체 업계 내부에선 호황을 기반으로 한 슈퍼 사이클 전망까지 대두되고 있다. 실제 최근 생성형 AI의 최대 수혜주로 지목된 엔비디아에선 설계에, TSMC에선 제조에 각각 주력하면서 양사 모두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지난 3일 ‘규모 7.2’의 강진이 불어닥친 대만 내 TSMC의 반도체 생산 차질 여부에도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정도였다.
TSMC 영입에 적극적인 대표적인 나라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반도체 부활을 꾀하고 나선 미국과 일본이다. 지난 11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파격적인 실탄 지원을 공표한 미국은 현재 자국 내 TSMC 신설 생산 공장을 기존 3곳에서 6곳으로 늘릴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최근 지진 등으로 불거진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려된 정책적인 판단에서다. 대만에 생산기지를 둔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이날 이번 강진의 여파로 2분기에 주력 제품인 D램 공급이 5% 안팎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진 세계 3위의 D램 업체다. 메모리반도체인 D램은 데이터센터와 개인용 컴퓨터(PC), 스마트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일본 역시 TSMC 모시기엔 진심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미 TSMC에 대해 “필요한 정책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에 TSMC는 구마모토현에 가동된 1공장에 이어 2공장까지 건설하겠단 의지를 피력했다. 일본은 TSMC 1공장에 앞서 4,760억 엔(약 4조2,473억 원)을 지원한 가운데 2공장에도 최대 7,320억 엔(약 6조5,316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에 선 TSMC는 어떤 기업일까. TSMC의 예사롭지 않았던 잉태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선 3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다.
TSMC의 설립연도는 지난 1987년이다. 중국계 미국인인 모리스 창(93) 창업자가 56세였던 때다. 20~30대 창업자가 즐비한 정보기술(IT) 전자 분야에 ‘늦깎이’ 오너가 등장한 셈이다.
1931년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서 태어난 그는 당시 일본 침략 및 국공 내전 등으로 어수선했던 고향을 떠나 가족과 함께 미국에 정착(1949년)했다. 영민했던 그는 문학도를 꿈꾸면서 명문인 하버드대 영문학과에 입학했지만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매사추세츠공대 기계공학과로 궤도 수정에 나섰다. 이후 1958년, 반도체 분야에선 촉망받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 입사해 중역 자리까지 꿰찼다. 아쉬운 변곡점도 찾아왔다. “향후 파운드리 분야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던 그의 의견에 회사 측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결국 회사까지 떠나게 됐다.
기회는 의외의 곳에서 찾아왔다. 그가 TI 재직 시절, 해외 진출 교두보로 지목했던 대만에 반도체 조립 공장을 짓게 됐는데 이 과정을 눈여겨봤던 대만 정부가 그에게 긴급구조요청신호(SOS)를 보낸 것. 그는 당시 경제적 자립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대만 정부로부터 제안받았던 산하 기관의 수장 자리를 수락했고 2년 뒤인 1987년 마침내 TSMC를 세웠다.
이렇게 세워진 TSMC의 가치는 2010년대부터 수직 상승했다. 비용 절감에 나섰던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불어닥친 설계 전문 ‘팹리스’ 기업 바람과 더불어 TSMC에 주문이 쇄도하면서다. 자체 칩 설계나 판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에서도 자유로웠고 성장세는 이어갔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그의 이런 혜안에 주목, 스카우트까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그는 70대 중반에 스스로 은퇴를 한 후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TSMC가 경영난에 봉착하자,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어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를 예측, 대규모 투자에 나섰고 흔들렸던 TSMC에 재도약의 길을 안내했다. 2018년 다시 현직에서 물러난 그는 정부 고문 등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에서 TSMC는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린다.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란 의미에서다. 그만큼, 대만 내에서 TSMC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지난해에도 대만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8%(지난해 기준)를 책임졌다.
해외에서 TSMC의 존재감은 더해진다. 세간에선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은 가장 먼저 TSMC를 구할 것이다’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글로벌 IT 전자업계에선 TSMC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나 엔비디아, 퀄컴 등도 앞날을 자신할 수 없을 것이란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안정적인 실적은 기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TSMC의 매출은 5,926억4,400만 대만달러(약 25조629억 원)를, 영업이익은 1,952억1,100만 대만달러(약 8조2,554억 원)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와 34%씩 늘어난 규모다. 주요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PC) 신제품이 주로 하반기에 몰려 있다는 측면에서 상반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최근 AI 매출이 급증하면서 TSMC의 실적도 개선됐다는 평가다.
지속 가능한 성장세를 꾸준하게 입증했다는 부분 역시 긍정적이다. 최근 5년 사이 TSMC의 연평균 시가총액 성장률은 20%대를 기록할 만큼, 우상향곡선만 고집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또한 압도적이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3.3%포인트 늘어난 61.2%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11.3%로, 2위에 마크된 삼성전자와 격차는 5배 이상 벌어진 점유율이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고수 중인 TSMC가 전 세계 파운드리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단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기술력과 영향력은 막강하다”며 “시장점유율에서 나타난 2위 업체와 격차를 감안할 때, 상당 기간 동안 TSMC의 독주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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