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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단절과 ‘적대적 두 국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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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판문점 내 남북연락사무소와 동해ㆍ서해지구 군통신선 등 모든 남북연락채널을 일방 차단했다. ‘개성공단 무단 사용을 중단하라’는 우리 측 통지문 수령을 거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후 남북 간 통신 핫라인은 지금까지 1년여간 단절된 상태다. 물론 1971년 개통 이래 북한의 연락채널 차단은 수시로 반복됐다. 2020년 6월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불만으로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까지 했다가 2021년 남북정상 간 친서교환을 계기로 채널을 복원하기도 했다.
▦ 문제는 이번 단절이 시간이 지나 복원됐던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연락채널 차단 3개월 후인 7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미 공군 정찰활동 비난 담화에서 처음으로 우리 측을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으로 공식 지칭하는 등 심상찮은 조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21년 제8차 당대회 노동당 규약 개정에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과업 수행’ 문구를 삭제하는 등 내부적으로 준비해온 ‘두 개의 국가’ 전략을 본격화하는 신호로 분석했다.
▦ 두 개의 국가론은 민족개념이 제거된 ‘적대 국가’로서 남측에 핵공격까지 감행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남은 적대적인 두 국가,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어 올해 신년사에선 북한 헌법에서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의 표현을 삭제하고,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주적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명기하는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문제는 연락채널 단절이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무력충돌 위험을 높이는 것만 아니다. 더 걱정되는 건 북한의 잘못된 노선이 유사시 외세가 남북의 동질성을 부정하며 통일을 방해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은 마잉주 전 대만 총통과 만나 새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애써 확인하고 천명했다. 우리도 북한을 방관만 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에 남북은 '하나의 나라'라는 걸 지속적으로 각인시키는 외교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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