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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단절과 ‘적대적 두 국가’론

입력
2024.04.12 17: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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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하루 지난 16일 방송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기하는 것이 옳다며 헌법 개정을 시사했다. 뉴시스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하루 지난 16일 방송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기하는 것이 옳다며 헌법 개정을 시사했다. 뉴시스

북한은 지난해 4월 판문점 내 남북연락사무소와 동해ㆍ서해지구 군통신선 등 모든 남북연락채널을 일방 차단했다. ‘개성공단 무단 사용을 중단하라’는 우리 측 통지문 수령을 거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후 남북 간 통신 핫라인은 지금까지 1년여간 단절된 상태다. 물론 1971년 개통 이래 북한의 연락채널 차단은 수시로 반복됐다. 2020년 6월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불만으로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까지 했다가 2021년 남북정상 간 친서교환을 계기로 채널을 복원하기도 했다.

▦ 문제는 이번 단절이 시간이 지나 복원됐던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연락채널 차단 3개월 후인 7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미 공군 정찰활동 비난 담화에서 처음으로 우리 측을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으로 공식 지칭하는 등 심상찮은 조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21년 제8차 당대회 노동당 규약 개정에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과업 수행’ 문구를 삭제하는 등 내부적으로 준비해온 ‘두 개의 국가’ 전략을 본격화하는 신호로 분석했다.

▦ 두 개의 국가론은 민족개념이 제거된 ‘적대 국가’로서 남측에 핵공격까지 감행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남은 적대적인 두 국가,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어 올해 신년사에선 북한 헌법에서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의 표현을 삭제하고,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주적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명기하는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문제는 연락채널 단절이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무력충돌 위험을 높이는 것만 아니다. 더 걱정되는 건 북한의 잘못된 노선이 유사시 외세가 남북의 동질성을 부정하며 통일을 방해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은 마잉주 전 대만 총통과 만나 새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애써 확인하고 천명했다. 우리도 북한을 방관만 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에 남북은 '하나의 나라'라는 걸 지속적으로 각인시키는 외교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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