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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GDP 3% 규모 횡령한 부동산 재벌에 ‘사형 선고’

입력
2024.04.1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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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6조원 대 횡령 등 유죄 인정




베트남 부동산 개발업체 반틴팟홀딩스의 쯔엉미란(왼쪽 두 번째) 회장이 11일 호찌민 인민법원에 참석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란 회장에게 횡령,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 호찌민=EPA 연합뉴스

베트남 부동산 개발업체 반틴팟홀딩스의 쯔엉미란(왼쪽 두 번째) 회장이 11일 호찌민 인민법원에 참석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란 회장에게 횡령,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 호찌민=EPA 연합뉴스

베트남 사상 최대 규모 횡령 사건을 벌인 현지 부동산 재벌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베트남 공산당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단속에 나서기 시작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처벌이다. 주모자가 횡령한 금액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3%가 넘는다.

11일(현지시간)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호찌민 인민법원은 이날 부동산 개발업체 반틴팟홀딩스의 쯔엉미란(68) 회장에 사형을 선고했다. 횡령 및 뇌물 공여, 은행 규정 위반 등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앞서 란 회장은 2012∼2022년 측근과 공모해 계열 은행인 사이공상업은행(SCB)에서 304조 동(약 16조7,0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고, 지난달 사형이 구형됐다. 이날 재판부는 란 회장이 장기간에 걸쳐 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고 조직적인 범죄를 저질러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란 회장이 횡령한 금액은 베트남 GDP(2022년 기준 4,000억 달러) 3%가 넘는 규모다.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시아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사기 범죄로 꼽힌다. 그는 대리인 수십 명의 명의로 SCB 지분 91.5%를 사실상 소유한 뒤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1,000여 개를 이용한 허위 대출 신청으로 은행 돈을 빼낸 것으로 밝혀졌다. 대출 이자 등을 고려할 때 SCB가 입은 금전적 손실은 약 677조 동(약 37조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란 회장이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정부 은행 감독 책임자에게 뿌린 뇌물은 약 520만 달러(약 71억 원)로 밝혀졌다. 란 회장 측은 “고의로 법을 어기고 국가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2022년부터 시작된 베트남 공산당 반부패 운동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사건이다. 정부가 추진한 대대적인 부패 척결 운동으로 지금까지 고위 관리와 기업 경영진 등 수백 명이 체포·기소되거나 물러났다. 베트남 국가 서열 2위인 보반트엉(54) 국가주석도 지난달 취임 1년만에 갑작스럽게 사임했는데, 그가 부패에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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