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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GDP 3% 규모 횡령한 부동산 재벌에 ‘사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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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상 최대 규모 횡령 사건을 벌인 현지 부동산 재벌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베트남 공산당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단속에 나서기 시작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처벌이다. 주모자가 횡령한 금액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3%가 넘는다.
11일(현지시간)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호찌민 인민법원은 이날 부동산 개발업체 반틴팟홀딩스의 쯔엉미란(68) 회장에 사형을 선고했다. 횡령 및 뇌물 공여, 은행 규정 위반 등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앞서 란 회장은 2012∼2022년 측근과 공모해 계열 은행인 사이공상업은행(SCB)에서 304조 동(약 16조7,0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고, 지난달 사형이 구형됐다. 이날 재판부는 란 회장이 장기간에 걸쳐 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고 조직적인 범죄를 저질러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란 회장이 횡령한 금액은 베트남 GDP(2022년 기준 4,000억 달러) 3%가 넘는 규모다.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시아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사기 범죄로 꼽힌다. 그는 대리인 수십 명의 명의로 SCB 지분 91.5%를 사실상 소유한 뒤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1,000여 개를 이용한 허위 대출 신청으로 은행 돈을 빼낸 것으로 밝혀졌다. 대출 이자 등을 고려할 때 SCB가 입은 금전적 손실은 약 677조 동(약 37조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란 회장이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정부 은행 감독 책임자에게 뿌린 뇌물은 약 520만 달러(약 71억 원)로 밝혀졌다. 란 회장 측은 “고의로 법을 어기고 국가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2022년부터 시작된 베트남 공산당 반부패 운동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사건이다. 정부가 추진한 대대적인 부패 척결 운동으로 지금까지 고위 관리와 기업 경영진 등 수백 명이 체포·기소되거나 물러났다. 베트남 국가 서열 2위인 보반트엉(54) 국가주석도 지난달 취임 1년만에 갑작스럽게 사임했는데, 그가 부패에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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