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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임기 반도 안 지나 '레임덕' 위기... '의료개혁' 길을 잃다

입력
2024.04.11 21: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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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의장 등 5부 요인을 비롯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환담을 나누기 전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의장 등 5부 요인을 비롯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환담을 나누기 전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4·10 총선 참패로 극단적인 여소야대 지형에 갇힌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국정과제로서 입법이 수반돼야 할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의 실현이 불투명해졌을 뿐 아니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추진하던 의료개혁도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11일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관 등 주요 참모들이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등 쇄신 움직임을 보였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남은 임기 3년 내내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에 시달릴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야당의 압승으로) 윤 대통령이 ‘레임덕’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의료개혁 등 정부 추진 과제, 길을 잃었다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총선 참패로 정부의 주요 과제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의대 정원 증원을 비롯해 의료개혁의 키를 쥐고 있던 성태윤 정책실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의료계와 논의를 추진하던 정부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당장 여당에선 '1년간 유예'(안철수 의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등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들의 장기 표류도 예상된다. 민생토론회를 통해 공약한 단말기 유통법 폐지나 기업 밸류업 지원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 당장 야당과 논의가 필수인 법안들에 대한 대응 플랜을 짜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먼저 영수회담을 제안하라” 목소리 커져

정책 추진 중단을 넘어 더 큰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사수하면서 탄핵소추와 개헌 시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야권이 김건희 특검법과 이종섭 특검법 등을 강행할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급속히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야당을 향한 윤 대통령의 전향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에 제1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서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고 국가적 방향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 큰 틀에서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조만간 가시적인 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 쇄신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관련해 “야당과 긴밀한 소통, 협조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해석해도 좋다”고 풀이했다.


"건강한 당정 관계 재설정도 필수"

윤 대통령이 수직적이라고 비판받아 온 '당정 관계'를 바꿀지도 남은 임기 3년의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 꼽힌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전 당대표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그동안 국정기조와 당정 관계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서 냉정히 살피고 주저함 없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차기 당권의 향배에 당내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한 초선 의원은 “친윤 색깔이 짙은 정치인보다 수평적인 당정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당을 위해서도 윤 대통령을 위해서도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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