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맹모'삼천만원'지교 시대... 자녀교육과 노후준비 균형 맞추려면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누구나 부자가 되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꿈만으론 부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풍요로운 노후의 삶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이 부자 되는 노하우를 2주에 1번 찾아와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은 결심만 하시면 됩니다. 부자될 결심!
‘개천에서 용 난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업적을 이루거나 성공하는 사람들에게 비유하는 속담입니다. 그만큼 드문 일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요. 그런데 요즘은 개천에서 용 날 확률이 더욱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소득의 차이가 학력의 차이로 대물림되면서 결과적으로 계층 간 이동이 쉽지 않은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학력이 사회진출 이후 경제력과 높은 비례관계를 보이니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 대한 지원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릴 때 자녀 교육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요즘은 조기 영어교육을 위해 자녀를 비싼 영유아 영어학원(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모습을 ‘신맹모삼천(만 원)지교’라고 풍자하기도 합니다. 2022년 기준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이 연간 675만 원인데 유아 대상 영어학원 연간 비용은 평균 1,427만 원, 최고 3,179만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2년, 많게는 1년에 3,000만 원 정도 들어가는 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비싼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들이 많아지다 보니 그럴 만합니다.
2017년 즈음에 자녀 양육비에 관한 리서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창 자녀를 키우고 있던 때인지라 관심이 많았던 차에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당시 관련 통계를 기반으로 추산한 자녀 1인당 대학졸업 때까지 양육에 필요한 금액은 3억9,670만 원, 약 4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 나왔습니다. 지나온 세월에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면 지금은 훨씬 더 많은 5억~6억 원 정도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젊은 부모세대가 자녀를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는 상황을 딱히 뭐라 할 수 없는 부담스러운 금액입니다.
소득이 많으면 걱정이 조금 덜 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녀 양육 비용은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은 금액을 사용하는 특성이 나타나는 비용입니다. 상당한 금액의 자녀 양육비가 들어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사교육비 등을 포함한 교육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연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1,000억 원,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43만4,0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5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활동 제한 영향을 받아 소폭 감소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년 1조 원 넘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입니다. 저출생 영향으로 학생 수는 분명 줄어들고 있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도대체 왜 늘어나고 있는 걸까요? 사교육 참여율을 보면 78.5%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를 감안했을 때 참여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5만3,000원으로 한층 더 높아지게 됩니다. 결국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이 높아지고, 1인당 사교육비가 증가함에 따라 연간 사교육비 총액이 계속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선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소득(월 563만5,00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자녀 1인당 소득의 10% 가까운 금액을 사교육비에 부담하고 있습니다. 자녀가 2명만 되어도 소득의 20%를 지출해야 하니, 자녀 교육 때문에 노후준비가 어렵다는 말이 절대 과언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하는 이유가 자녀 교육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바꿔 말하면 본인의 노후 준비보다는 자녀 교육을 우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노후 생활은 시기적으로 뒤에 있을 뿐 자녀 교육보다 절대로 덜 중요한 사항이 아니며 마냥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재무적 이슈입니다. 부모의 불안한 노후는 다시 자녀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에 자녀 교육과 노후 준비는 동등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중산층 이상 가구가 자녀 교육 때문에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 자녀 교육에 너무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물론 자녀 교육관에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적정 수준을 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계획적인 지출이 되도록 자녀 교육에 미리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활용했던 적정 자녀 교육 비용에 대한 원칙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자녀 1인당 사교육비와 노후 준비 비율을 1대 1로 합니다. 자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55만 원 정도 들어갑니다. 따라서 자신의 노후 준비를 자녀 교육과 동등한 가치로 둔다면 최소한 월 50만 원은 연금 등 노후 저축으로 챙기는 것이 맞습니다. 월 50만 원을 연 4% 수익률로 가정해 30년간 적립하면 약 3억3,000만 원의 노후자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연금저축으로 세액공제를 최대한 받으려면 연간 600만 원(=월 50만 원x12개월)을 저축하면 되는데 마침 절세 혜택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효과적인 금액입니다.
둘째, 자녀 1인당 총교육비는 소득의 10%를 넘지 않게 합니다. 자녀가 특목고라도 가게 되면 교육 비용은 급격히 늘어나게 됩니다. 현재 소득에서 감당할 수 있더라도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들이 생각보다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소득에 따른 기준도 가지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 가구 평균 소득 기준으로 보면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55만3,000원은 약 10%에 해당합니다. 사교육은 물론 기본적인 학교 교육을 넘어서는 사립학교 비용까지 포함해서 1인당 총자녀교육비는 가구 소득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셋째, 최소한 5년 전부터 미리 준비합니다. 자녀 교육에 목돈이 필요하다면 때가 닥쳐서 지출하는 방법보다는 미리 준비하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특목고나 자사고 등록금을, 중학교에 입학하면 대학 등록금 준비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금융 수익에는 복리효과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투자 기간을 길게 할수록 수익이 커지면서 반대로 목돈 준비에 대한 부담은 줄어듭니다. 충분한 금융투자 수익을 통해 실제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려면 5년 정도의 투자기간을 감안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 양육 비용을 조사한 원래 목적은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니 노후 준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계획적으로 대비하자는 데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거 자료를 공개했을 때 총양육비용만 부각되면서 젊은 부모 세대들의 걱정을 가중시켜 오히려 저출생 추세에 일조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녀 양육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번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니라 20년 넘게 장기간에 걸쳐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대처하면 될 일이니 너무 많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자녀를 키우는 동안 느끼는 행복감으로 들어간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인생의 가치를 얻게 될 것입니다.
과거처럼 자녀의 성공이 곧 부모의 성공으로 연결되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더 이상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 주는 시대도 아닌 것 같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교육을 통해 자녀가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키우는 일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역량을 넘어서는 무리한 자녀 교육은 가구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고, 그 효과 또한 100%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적정한 자녀 교육비 지출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