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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달러당 153엔대로… 엔저, 34년 만에 최저 수준

입력
2024.04.11 11:46
수정
2024.04.11 16: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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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비자물가지수 예상 웃돈 발표에
엔화 급락에 일 정부 '개입 가능성' ↑

하나은행 직원이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엔화와 달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하나은행 직원이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엔화와 달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3엔이 무너지며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에 시장 개입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11일 일본 공영방송 NHK,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10일(현지시간) 엔화는 한때 달러당 153.24엔에 거래됐다.

엔화 약세(엔저)를 부추긴 것은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였다. 장 초반 151.8엔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엔·달러 환율은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5%라는 발표가 나오자 급락했다. 3월 미 CPI 상승률은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NHK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CPI 상승률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인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당분간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엔화를 파는 움직임이 강해져 엔화 가치가 급락했다는 의미다.

엔화 환율은 지난달 27일 151.97엔까지 떨어진 이후 일본 정부의 개입 시사로 하락세가 잦아들었지만, CPI 발표로 하루 만에 1엔 이상 떨어진 것이다. 닛케이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PGIM픽스트인컴의 로버트 팁 채권최고투자전력가 발언을 인용,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지 않는 한 엔화 약세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모든 수단 배제하지 않겠다" 발언에 엔저 주춤

일본 정부는 즉각 시장 견제에 들어갔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이날 오전 취재진에 "환율은 시장을 통해 정해지는 것이지만 과도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도한 움직임에는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이 스즈키 장관 발언 전 "지나친 움직임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 이어 재차 개입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NHK는 "간다 재무관 발언 이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일본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에 엔화 강세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전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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