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격전지 '한강벨트·반도체벨트'... 여당 사실상 패배

입력
2024.04.10 23:56
수정
2024.04.11 00: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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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출구조사서 한 곳도 우세 못해
민주당은 25곳에서 예측 1위 기록해

서울 용산의 강태웅(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용산의 강태웅(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수도권 격전지인 '한강벨트'와 '반도체벨트'에서 사실상 패배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부동산 민심을 타고 승리를 거뒀지만, 불과 2년 만에 분위기가 뒤바뀐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반도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여당에 힘을 실었지만, 정권 심판론 앞에선 역부족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일 오후 11시 30분 기준(전국 개표율 62.4%) 한강벨트 15곳(중성동갑·을, 용산, 광진갑·을, 마포갑·을, 양천갑·을, 영등포갑·을, 동작갑·을, 강동갑·을)과 반도체벨트 20곳(수원갑·을·병·정·무, 성남수정·중원·분당갑·분당을, 평택갑·을·병, 용인갑·을·병·정, 화성갑·을·병·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승리를 사실상 확정지은 곳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강벨트에서는 전현희 민주당 중성동갑 후보(득표율 51.7%)가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당선이 확실하다. 채현일 민주당 영등포갑 후보(53.5%)도 현역 4선의 김영주 국민의힘 후보를 누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벨트에선 김승원 민주당 수원갑 후보(55.0%)와 손명수 용인을 후보(54.4%)가 각각 국민의힘 김현준 후보와 이상철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민의힘은 권영세 용산 후보(53.3%)만 당선 유력을 띄웠다. 나머지 지역은 우위를 알 수 없는 경합 상황이다.

한강벨트와 반도체벨트 모두 수도권 승리를 위해 여야가 사활을 걸었던 곳이다. 2020년 총선 당시 민주당은 한강벨트 15석 중에 14석, 반도체벨트 18석 가운데 15석을 석권하면서 단독 180석의 발판을 다진 바 있다. 반대로 2008년 총선에서는 한강벨트(13석)와 반도체벨트(14석)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각각 11석씩 차지하며 국회 과반인 153석을 챙길 수 있었다. 한강벨트와 반도체벨트에서 압승한 정당이 전체 승리까지 가져갔던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70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은 그간 한강벨트와 반도체벨트에 화력을 집중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가장 공들였던 지역이 반도체벨트였다. 실제 한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9일까지 반도체벨트 핵심 지역인 수원과 용인을 각각 3번씩 찾았다. 국민의힘은 영입인재인 이수정 후보와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일찌감치 수원에 투입했다.

민주당은 한강벨트에 사력을 다했다.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선 압승했지만,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에 패한 탓이다. 재건축·재개발에 관심이 높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에 예민한 '아파트 민심'도 민주당에는 불리한 부분이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여당의 4선 출신 나경원 후보와 맞붙은 류삼영 동작을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동작을에서만 6번 지원 유세에 나섰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새 '정치 1번지'로 부상한 용산도 격전지역이었다. 관료 출신 강태웅 후보를 앞세운 민주당은 공식 선거운동 출정식과 최종 유세를 모두 용산역 앞에서 열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국민의힘은 4선 현역 의원이자 대표적인 친윤석열(친윤)계 권 후보를 앞세우며 의석 수성에 나섰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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