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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보조금 경쟁의 수혜국은 중국...우리 기업 피해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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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세계 주요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려고 관련 기업들에 누가 더 많은 보조금을 주느냐를 놓고 경쟁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경쟁의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거라는 국책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한국 기업이 주요국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아 각종 시나리오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다고 이 연구원은 경고했다.
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보고서 'CHIPS 보조금의 역설, 경쟁적 반도체 산업 지원이 촉발할 국가 간 견제에 대응 역량 확보 필요'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집행됐거나 집행을 예고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한국의 보조금은 2,000억 달러(270조 원)를 넘었다. 중국은 2025년 반도체 국산화율 70%를 목표로 2014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782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미국은 2022년 520억 달러 보조금 지급을 뼈대로 한 반도체법을 통과시켰고 유럽연합은 2023년 유럽반도체법을 통해 민관이 430억 유로(약 466억9,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은 2021~2023년 반도체 시설 투자에 3조5,000억 엔(약 230억 달러)을 지원했다. 우리나라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거나 시설 투자를 하면 약 8억 달러의 세금을 깎아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그러나, 이런 보조금 경쟁이 역설적으로 중국에 이득이라고 진단했다. 먼저 산업 전문가들은 각국의 보조금이 기업들의 반도체 투자를 부추겨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고 결국 단가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 반도체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이득을 본다는 점이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원은 "중국은 이미 2000년대 반도체 수입액이 석유 수입액을 앞섰다"며 "2022년 중국 반도체 수입액(4,165억 달러)은 미국(361억 달러)의 11.5배"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보조금을 앞세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이후 중국이 20나노(㎚·1㎚는 10억분의 1m) 이상 범용 반도체 제조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범용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기술 개발이 쉬운 만큼 태양광 패널, 배터리, 디스플레이처럼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와 보조금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초토화시켜 버린 '붉은 공급망' 품목이 될 수도 있다.
연구원은 반도체 보조금 경쟁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는 한국 기업이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현재 반도체 강국은 미국과 한국, 대만 등 몇 개 나라에 불과한데 설계와 제조(파운드리), 조립 및 테스트 등 반도체 생태계가 골고루 갖춰진 대만과 비교했을 때 몇몇 대기업이 D램 등 일부 품목에서 절대 우위를 보인 한국이 만만한 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때문에 우리 정부와 기업은 각종 지원 정책과 함께 기술 침해, 보조금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여러 리스크를 예측해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현익 부연구원은 "미국이 외국 반도체 기업 중 처음으로 TSMC에 보조금을 줬다는 건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 주도권을 대만이 쥐고 있다는 메시지"라며 "TSMC가 예전부터 삼성전자에 기술탈취 의혹을 제기했고 각종 위기와 기회가 넘치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 노골적으로 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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