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역대급' 홍수... 이례적 시위까지 벌어져

입력
2024.04.09 16:30
수정
2024.04.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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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우랄강 댐 일부 붕괴로 침수
당국 대처 항의하는 수백 명 시위
"우크라 침공 이래 대중 분노 표시 이례적"

우랄강 댐이 무너지면서 피해가 집중된 러시아 남부 오렌부르크주 도시 오르스크의 침수된 거리에서 구조대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수색 중이다. 오르스크=AP 연합뉴스

우랄강 댐이 무너지면서 피해가 집중된 러시아 남부 오렌부르크주 도시 오르스크의 침수된 거리에서 구조대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수색 중이다. 오르스크=AP 연합뉴스

유럽과 아시아 경계를 이루는 우랄강 댐이 무너지면서 러시아 남부 지역에서 주택 1만 채가 물에 잠겼다. 피해가 집중된 러시아 오렌부르크주(州),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쿠르간주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역대 최악의 홍수'에 러시아에서는 보기 드문 주민 시위까지 벌어졌다.

8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 우랄강 댐 일부가 붕괴된 이후 이날 현재 러시아 남부 39개 지역에서 주거용 주택이 1만400채 이상 침수돼 6,500여 명이 대피했다. 전날 오렌부르크주에 이어 이날 쿠르간주에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오렌부르크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인구 20만 명의 오르스크는 거의 모든 건물 1층이 물에 잠겼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데니스 파슬러 오렌부르크 주지사는 "관측 역사상 이 지역 최대 홍수"라고 말했다.

유례없는 홍수 피해에 주민 수백 명은 이날 오르스크 시청으로 몰려가 당국의 대처에 항의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들 시위대는 홍수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된 댐이 "부끄럽다"고 소리쳤다. 일부 주민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도와달라"고 외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피해 보상을 요구하면서 바실리 코주피차 오르스크 시장의 사임도 촉구했다.

러시아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 풍경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내 비판 여론을 단속해온 이래 보기 드문 대중의 분노 표시"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짚었다. 이 지역 검찰은 시위에 나설 경우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관측 역사상 역대급 홍수로 8일 러시아 남부 오렌부르크주의 도시 오르스크가 물에 잠겨 있다. 오르스크=타스 연합뉴스

관측 역사상 역대급 홍수로 8일 러시아 남부 오렌부르크주의 도시 오르스크가 물에 잠겨 있다. 오르스크=타스 연합뉴스

이번 홍수의 원인이 당국의 안일한 대응과 부실한 댐 관리로 지목되면서 분노가 커졌다. 코주피차 시장은 지난 3일 댐을 조사한 결과 수위가 상승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붕괴 위험은 없다"고 공표한 바 있다. 2014년 건설된 댐은 지난 10년간 횡령과 부실 공사 등으로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아왔다고 WP는 전했다.

턱없이 낮은 보상금 수준에도 주민 불만이 크다. 파슬러 주지사는 이재민에게 6개월간 한 달에 1만 루블(약 14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총피해 규모는 약 210억 루블(약 3,07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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