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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기업들, 탄소 흡수하는 해양생물 '잘피' 늘리기에 힘 실었다

입력
2024.04.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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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전남 완도에 '잘피숲' 조성 앞장
LG화학도 여수 앞바다에 잘피 5만 주 심어
탄소저감·정책 보조 일석이조 효과

바닷속 탄소 정화 식물 '잘피'가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 효성그룹 제공

바닷속 탄소 정화 식물 '잘피'가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 효성그룹 제공


효성그룹이 9일 전남 완도군,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함께 잘피숲 확대 등 해양 생태계 환경 개선 활동에 나선다고 알렸다. LG화학도 지난해 여수 앞바다에 해양식물 잘피 5만 주를 심었다. 이처럼 최근 화학업계가 바닷속에 사는 탄소 정화 식물 잘피 보전 활동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탄소를 유난히 많이 내뿜는 업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정부와 관련 사업 협력이 가능하다는 등 장점이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효성은 8일 전남 완도군청에서 완도군, 한국수산자원공단 남해본부와 탄소중립 등 지속가능한 바다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MOU로 효성은 탄소중립과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바다숲 조성·관리, 해양생태환경 개선, 잘피숲 블루카본 사업 등에 완도군,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협력하기로 했다. 잘피는 바닷속에서 꽃을 피우는 유일한 해초류로 해양생물의 보금자리이자 바닷속 탄소흡수원 역할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효성은 특히 전남 완도군 신지면 동고리 해역을 바다숲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1,590㎡ 면적에 잘피를 심어 다양한 해양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효성은 2022년부터 민간기업 최초로 잘피숲 관리 사업을 이어 오고 있다. 2023년 5월에는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 등과 MOU를 맺기도 했다.

LG화학도 지난해 10월 전남 여수 앞바다에 잘피 5만 주를 심었다. LG화학은 관계기관과 함께 여수 대경도 바다에 잘피 이식과 해양 환경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잘피 서식지는 LG화학 여수 사업장 인근 해역에 만들고 있다. 올해에는 잘피의 성장 상태와 확산 범위 등을 고려해 2만 주를 추가로 심을 계획이다. LG화학은 2026년이 되면 잘피 군락지가 축구장 14개 크기인 10만㎡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탄소 저감, 민관 협력... '효과 크다' 판단

효성그룹 유인정(오른쪽부터) 상무와 김현철 완도 부군수, 장옥진 한국수산자원공단 남해본부장이 8일 전남 완도군청에서 탄소중립 등 지속가능한 바다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효성그룹 제공

효성그룹 유인정(오른쪽부터) 상무와 김현철 완도 부군수, 장옥진 한국수산자원공단 남해본부장이 8일 전남 완도군청에서 탄소중립 등 지속가능한 바다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효성그룹 제공


화학업계는 잘피 보전 활동으로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탄소 배출 저감 압박에 대응이 가능하고 정부의 탄소 저감 정책에도 보조를 맞추는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잘피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꼽은 3대 블루카본(해양 생태계의 탄소흡수원) 중 하나로 1,000㎡당 연간 300~500톤(t)의 탄소 흡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피숲 1,000㎡를 조성하면 자동차 150여 대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3대 블루카본에는 잘피를 비롯해 맹그로브, 염습지(식물이 사는 갯벌) 등이 해당된다.

더구나 잘피 서식지가 다시 살아나면 해양생물이 머물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 생물 개체 수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업들의 공장이 있는 어촌 해양 생태계 회복으로 어민들과 상생도 노려 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바다숲의 순기능에 주목해 잘피 생태계 늘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해 5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양 생태계를 활용한 '블루카본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해양 생태계 탄소 흡수원인 블루카본을 늘려 탄소 흡수량을 2030년까지 106만6,000t, 2050년 136만2,000t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해수부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의 다양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과 연계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잘피는 산림의 1.4배에 달하는 주요 탄소 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기후변화 시기에 전통의 석유화학기업이 친환경 경영에 앞장서는 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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