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 있을 유전자 이야기.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혁신과 도약으로 머지않아 펼쳐질 미래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전성시대를 앞서가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한 소개와 관련 지식을 해설한다.
선거와 유사한 인체 항상성
세계 1위 약품도 항체 기반
기적의 회춘 신약도 연구 중
선거라는 과정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나에게 필요한 정책도 더 많이 추진할 것 같은 후보에게 투표함으로써 나의 정치적 사회적 생존에 유리한 상황을 추구하는 행위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이뤄지지만 일상에서 상대방이 내 편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과정은 매일 벌어진다.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우리 몸에서도 어떤 세포가 내 편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일은 생물학적 생존에 매우 중요한데, 이 기능은 면역 체계 유전자들이 담당한다.
면역 체계는 크게 선천성 면역과 적응성 면역으로 구성된다. 선천성 면역이란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표식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방식으로 우리 몸에서는 대식 세포라든가 자연살해 세포 등이 꼽힌다. 이 세포들은 왠지 남의 편일 듯한 상대방, 즉 내 몸에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을 인식하는 선천적 능력을 이용해 역할을 수행한다.
적응성 면역이란 적군에 대한 표식을 살아가며 획득하게 되는 방식인데, 가령 과거에 침입했던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의 단백질 특정 부위를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에 같은 표식을 가진 단백질이 보이면 상대방을 적군으로 인식하게 된다. T세포나 B세포 같은 림프구 세포들이 이 기능을 수행하며, 특히 B세포는 항체라는 단백질을 만들고 분비하여 우리 몸의 적응성 면역 체계에서 커다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각각의 항체는 특정한 표식만을 표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므로, 다양한 질병의 일대일 표적치료제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자가 면역 치료제나 항암제로 개발하는 연구들이 많으며 실제로 세계 의약품 매출 1위인 류머티즘 관절염 항체 치료제 '휴미라'와 고형암 항체 치료제 '키트루다'가 대표적이다. 앞서 '유전자 가위 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세균의 선천성 면역 체계인 제한효소와 세균의 적응성 면역 체계인 크리스퍼 시스템들이 생명공학의 획기적 발전을 견인해 왔듯이, 고등생물의 면역 체계는 항체이용 치료제 등 신약 산업의 도약을 이끌고 있다.
어쨌든 항체는 원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침입자'들에 대한 방어 도구보다는 유전공학자들에 의해 자가 면역 질환이나 암세포 같은 '내부의 적'들에 대한 치료제로 성장하고 있다.
자가 면역 질환이란 우리 몸 안에 있는 자기 자신의 정상세포를 남으로 오인하는 항체가 만들어질 때 생기는 질병이며 류머티즘 관절염이 대표적인 자가 면역 질환이다. 이 과정에서 염증 발생에 관여하는 'TNF(종양괴사인자)-α' 단백질을 무력화하는 항체를 투여하면 'TNF-α 단백질'이 기능을 못하게 되며 그 결과 염증 반응이 감소하여 증상이 완화된다.
한편 암세포는 원래는 자기 자신의 정상세포가 유전자의 선천적 혹은 후천적 손상에 의해서 변하거나 혹은 바이러스나 세균의 감염에 의해서 구조나 활동이 변하며 생기는 세포다. 원래는 본인의 세포였기 때문에, 면역 세포들이 암세포를 적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항체 치료제가 연구되었다. 그 결과 '옵디보'나 '키트루다' 같은 블록버스터 항암제 신약들이 성공적으로 개발되었고 지금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한편 나를 공격하는 '내부의 적'의 대열에는 자가 면역 질환이나 암세포 외에도 다른 종류가 있다. 바로 노화다. 최근에는 '노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일종의 '질병'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시도들이 있으며 항체 치료제를 노화 극복, 즉 회춘 신약으로 연구하기도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항체 시스템의 활용에 대한 기고 분량이 넘쳐 이환석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2주에 걸쳐 게재키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화 극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4월18일자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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