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점유율 2위도 안심 못 한다...현대차그룹, 현지 생산 배터리 넣은 전기차 만든다

'엑사이드 에너지'와 EV 배터리 업무협약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인도...전동화 전환에 속도 내
현지서 만든 배터리 일부 인도 전용 차량에 넣을 예정
전기차 원가 낮추고 인도 정부 정책 대응 효과

정덕교(왼쪽) 현대차∙기아 전동화부품구매사업부 상무, 만다르 브이 데오(가운데) 엑사이드 에너지 최고경영자(CEO), 양희원 사장(현대차∙기아 R&D 본부장)이 8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기아가 인도에서 만드는 일부 전기차(EV)에 현지 생산 배터리를 넣기로 했다고 8일 알렸다. 이를 통해 전기차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고 인도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 '엑사이드 에너지'와 인도 전용 전기차의 배터리셀 현지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현대차·기아 연구개발(R&D) 본부장을 맡고 있는 양희원 사장, 김창환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전무, 정덕교 전동화부품구매사업부 상무, 만다르 브이 데오 엑사이드 에너지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엑사이드 에너지는 올 연말쯤 양산 예정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셀을 현대차·기아 인도 생산 거점에 공급한다. 이 배터리셀은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인도 시장 전용으로 내놓을 전기차에 담길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만든 배터리가 들어가는 최초의 전기차를 생산하게 된다. 엑사이드 에너지는 인도에서 75년 이상 납산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 엑사이드가 2022년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인도, 전기차 경쟁 치열

현대차가 2015년 인도에서 출시해 누적 100만 대 판매를 기록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 현대차 제공

현대차·기아는 이번 MOU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인도 전동화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손꼽히는 인도는 최근 자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전동화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까지 높인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최근 인도 시장은 현지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미국 테슬라, 중국 비야디(BYD) 등도 공격적으로 뛰어든 격전지가 됐다.

현대차는 2015년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를 선두로 지난해 인도에서만 총 60만 대 이상 자동차를 판매하는 등 선전하고 있지만 전기차 분야의 점유율은 높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 자동차 시장은 현지 기업 마루티 스즈키가 1위를 지켰지만 최근 점유율 3위인 타타모터스가 전기차를 앞세워 선두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인도 자동차 시장 점유율 2위지만 더 빨리 전동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현지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현지 전기차 생산 시설과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10년 동안 약 2,000억 루피(약 3조2,5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028년까지 6개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고 현지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도 적극 설치할 계획이다.

양 사장은 "처음엔 배터리 현지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현대차그룹의 인도 전용 전기차가 인도 기업이 현지에서 만든 배터리를 담은 첫 전기차가 돼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