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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시민'의 영예에 담길 수 있는 부정적 뉘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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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미국 의회와 대통령은 미국을 위해 예외적인 공적을 세운 외국인에게 명예시민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지닌다. 명예시민은 시민으로서의 실질적 권리와 의무는 물론이고 아무런 특권도 없는 상징적 지위이며, 명예 시민권자의 가족이나 친척도 미국 입국이나 이민 등에서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미국의 명예시민은 윈스턴 처칠을 포함해 모두 8명. 나치의 유대인 학살로부터 헝가리 등지의 유대인 다수를 구한 스웨덴 외교관 라울 월렌버그(Raoul Wallenberg, 1981)와 독립전쟁 당시 조지 워싱턴의 생명을 구한 폴란드 군인 캐시미어 풀라스키(Casimir Pulaski, 2009) 등 6명은 사후에 뽑혔고, 생전에 영예를 안은 이는 처칠과 알바니아 출신 인도 시민권자 테레사 수녀(1996년) 단 두 명이다. 처칠과 마더 테레사는 각각 명예시민이 되고 2년 뒤 별세했다.
고대 그리스 때부터 그랬지만 국민국가 이래의 근대적 시민권은 사회계약으로서의 권리-의무와 더불어 일종의 지위와 자격을 내포하는 개념이 됐다. 미국처럼 시민권 값어치가 높게 여겨지는 경우는 특히 그렇다. ‘이교도’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 ‘heathen’에는 ‘교양 없는 사람, 야만인’이란 뜻도 있다. 비시민은 옛 한반도인들이 쓰던 오랑캐란 말처럼, 상황과 맥락에 따라선 모욕과 비하의 의미를 지닌다.
처칠이 자신을 ‘위대한 주권국가’의 제1시민임을 강조한 까닭 역시 전후 영국의 상대적 위상, 즉 “영국과 영연방이 이제 주눅 들고 덜 중요한 지위로 강등된 국가라는 견해를 거부한다”는 의미였다. 명예시민, 명예 국민이라는 타이틀에는 선한 취지와 별개로 우월적 집단이 열등한 개인에게 베푸는 시혜의 뉘앙스가 담길 수 있다. 미국 법이 명예시민에게 일체의 권리와 특혜를 배제한 까닭 역시 야박해서가 아니라 대상자를 삼가 예우하는 의미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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