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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라면 국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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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등산객으로 붐비는 꽃 피는 봄을 맞아, 때아닌 라면 국물 걱정을 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달 29일,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소 인스타그램에 ‘한라산에서 라면 국물 남기지 않기’ 캠페인이 올라왔다. 제주 한라산 정상에서 컵라면을 먹는 인증샷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을 타면서 국립공원 직원들의 걱정이 커졌고, 라면 국물이 불러오는 오염 현상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 관리소는 “라면 국물에는 염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계곡 물줄기를 따라 버려진 라면 국물이 물속 수서곤충을 살아갈 수 없게 한다” “큰부리까마귀, 오소리, 족제비 등이 냄새를 따라 접근해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하게 돼 생태계에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 “버려진 라면 국물로 인해 토양이 오염돼 한라산 특산식물이 멸종되어 간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수프 반, 물 반만 이용해서 국물을 남기지 말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라산은 2018년 매점을 폐쇄하면서 라면을 팔지 않지만, 보온병에 물을 넣어 와서 먹는 ‘컵라면 먹기’가 유행하고 있다.
□ 관리소 측은 컵라면을 먹는 행위 자체는 금지하지 않는다. 컵라면 먹기가 유행하자 해발 1,700m 윗세오름 대피소 등에 음식물 처리기를 가져다 놓았지만 고장이 날 때도 있고, 등산객이 많아 금방 차버린다. 추가 설치한 라면 국물 통도 넘치기 일쑤다. 그러면서 화장실이나 땅에 라면 국물을 버리는 등산객들이 생겼다. 한라산 화장실은 친환경 무방류 순환시스템으로 물을 미생물로 발효시켜 재활용하기 때문에 라면 국물과 면을 버리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 관리소 직원은 매번 라면 국물 통을 모노레일을 이용해 산 아래로 옮겨, 톱밥과 섞어 발효 처리해야 한다. 산에서 컵라면을 먹었다면 남김없이 먹는 게 우선이고, 남았다고 해도 다시 병에 담아 오면 그만이다. 산을 사랑해서 등산하는 사람이 산에 염분 많은 라면 국물을 버리는 것이 어떤 해악을 줄지 모를 수 있을까. ‘라면 국물 남기지 않기’ 캠페인을 홍보하는 관리소 인스타그램에 “별걸 다 알려줘야 하는 세상”이라는 한탄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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