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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 30%의 도전'.. 당뇨 고양이가 인슐린 주사를 끊기까지

입력
2024.04.09 09:00

'반려 고수'를 찾아서

반려묘 '미샤'가 당뇨 판정을 받고 우리동생동물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있다. 미샤 보호자 조문정 씨 제공

반려묘 '미샤'가 당뇨 판정을 받고 우리동생동물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있다. 미샤 보호자 조문정 씨 제공


이런 사례가 고양이 중에는 30% 정도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처음 진단했을 때에는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 못 했어요. 이 친구가 병원과 썩 친한 편도 못 되거든요.

우리동생동물병원, 김희진 원장

사람도, 동물도 당뇨 진단을 받으면 보통 ‘평생 관리’를 생각하곤 합니다. 원인조차 불명확한 까닭에 공식적인 완치 판정을 내리기도 어렵죠. 그동안 ‘반려고수를 찾아서’에서 만난 두 반려동물 친구들도 결국 평생 인슐린을 맞으며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동생동물병원에 인슐린 투약을 중단해도 되는 고양이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반려묘 ‘미샤’(8)였습니다. 그것도 당뇨 판정 단 4개월 만에 나온 결과라고 해서 더욱 놀라운데요.

김 원장이 말한 것처럼 당뇨 판정을 받은 고양이 10마리 중 3마리는 ‘리미션’(투약 중단)을 해도 될 정도로 호전된다고 합니다. 그는 “스웨덴의 한 보험회사에서 진행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당뇨에 걸린 고양이 477마리 중 138마리(약 29%)가 리미션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실제 사례가 있다고 해도 리미션은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결정입니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니 혈당이 언제 다시 치솟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 원장도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주 전부터 미샤의 혈당 그래프는 매우 안정적이었어요. 원래 고양이에게 주입하는 인슐린의 양도 그리 많지 않은데, 약물을 계속 주입하면 오히려 저혈당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가장 최근까지 연속 측정된 미샤의 혈당 상태. 혈당이 치솟거나 급강하하지 않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제공

가장 최근까지 연속 측정된 미샤의 혈당 상태. 혈당이 치솟거나 급강하하지 않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제공

그럼에도 인슐린을 끊는 걸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과거 김 원장은 리미션 판단을 내린 뒤 1년 만에 재발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비록 수의학적인 판단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보호자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또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신중했던 겁니다.

고민이 거듭되던 차에 김 원장은 당뇨 수의학 세미나에서 ‘세컨드 오피니언’을 접하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수의대 교수에게 미샤의 사례를 언급하고 조언을 구하자 “그러면 리미션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순간, 김 원장의 눈앞에는 4개월 동안 미샤를 위해 모든 걸 헌신한 보호자 조문선 씨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재개발 현장서 구조된 겁 많은 길냥이..
5년째 계속된 “친해지기 바라~”

미샤는 2019년 길생활을 하던 도중 TNR 과정에서 구조돼 문선 씨의 가족이 되었다.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제공

미샤는 2019년 길생활을 하던 도중 TNR 과정에서 구조돼 문선 씨의 가족이 되었다.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제공

미샤는 만 5년 전인 2018년 서울 아현동 재개발 지역에서 지내던 길고양이였습니다. 당시 미샤는 이 지역에서 진행하던 TNR(포획 후 중성화) 사업 과정에서 포획됐죠. 그런데 미샤의 포획을 맡았던 케어테이커가 미샤를 유심히 보더니 ‘입양을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때 미샤에 대해서 설명해 준 케어테이커는 ‘길에서 잘 적응을 못 했다’고 말했어요. 다른 고양이에게 치이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닐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하면서 제게 ‘입양을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권유를 해서 받아들이게 됐죠.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문선 씨는 처음 미샤의 입양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집에서 지내다 보면 곧 적응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미샤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밥조차 제대로 주기 어려울 만큼 인기척이 느껴지면 곧바로 달아나기 일쑤였죠. 김 원장 역시 “진료를 보다가 갑자기 미샤가 도망치는 바람에 병원 구석의 먼지를 모두 뒤집어쓴 일이 있을 정도”라고 낯가림이 심한 미샤의 성격을 전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당시에는 아직 젊은 나이(3세)였기에 건강상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문선 씨는 “입양 초기 잘 먹지 못해 병원을 찾은 일 이외에는 크게 건강 문제는 없었다”면서 무난한 가정생활을 이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방 안에서 좀처럼 나오려 하지 않는 건 계속 걱정이 됐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 미샤에게서 이상한 변화가 목격됐습니다. 평소에는 하지 않던 설사를 이틀 연속으로 한 겁니다. 문선 씨는 ‘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급히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됐습니다.

개인 시간 포기한 4개월.. ‘회복 곡선’ 그린 비결

지난해 12월 기록된 미샤의 혈당 기록. 좀처럼 높은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제공

지난해 12월 기록된 미샤의 혈당 기록. 좀처럼 높은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제공

처음 혈당 검사 당시, 미샤의 혈당은 446㎎/㎗을 기록했습니다. 김 원장은 “당뇨가 아니고서는 이 정도 수치를 기록하는 경우는 없다”며 좀 더 자세한 검사를 위해 하루 정도 병원에 입원해 추이를 살펴봤다고 말했습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하루 동안 문선 씨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돌아봤습니다.

제가 미샤 외에도 다른 고양이들도 키워서 질병 경험이 적지 않은 편이에요. 고양이에게 흔한 신장 질환도 겪어봤고요, 암 걸린 고양이도 돌본 적 있어요. 그런데 이건 처음 겪어보는 질병이었어요. 게다가 때에 맞춰서 약을 주사해야 한다는 것도 생소한 일이었기에 두려움이 앞섰죠.

더군다나 당뇨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인 까닭에, 직장을 다니는 문선 씨가 과연 제때 약을 주입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걱정을 덜어주는 건 바로 문선 씨의 주변 사람들이었습니다. 문선 씨의 직장에서 사정을 듣고 휴가를 쪼개서 사용하는 대신 저녁 시간을 비워주는 단축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겁니다.

꼭 필요한 약속을 제외하고는 저녁 시간을 오직 미샤를 위해 비워두기도 했습니다. 그나마도 꼭 만나야 하는 약속이면 가급적 짧게, 집 근처에서 약속을 잡곤 했습니다. 사정을 이해해 준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도 고마운 마음이라고 문선 씨는 말했습니다.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미샤(왼쪽)를 돌보자 점점 미샤의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제공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미샤(왼쪽)를 돌보자 점점 미샤의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제공


과거 우리동생 조합원 모임이 저녁에 열릴 때였어요. 한 조합원분이 먼저 일어나시더라고요. 반려견 인슐린 주사해야 될 시간이라면서요. 그때는 ‘개도 당뇨에 걸리는구나’, ‘저렇게까지 시간을 맞춰야 하나’ 하고 생각하고 지나쳤거든요. 제 일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그게 제 일이 되고 나서야 그분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어요. 그리고 느꼈죠. 내가 참 많은 배려를 받고 있구나, 하는 걸요.

주변의 배려와 보호자의 헌신이 빛을 본 것일까요? 1월이 되도록 안정을 찾지 못했던 미샤의 혈당 곡선은 2월 들어 점점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집에서도 혈당의 변화 추이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습니다. 사람에게 사용되는 연속혈당측정기를 미샤에게도 적용한 덕분이었습니다.

이 연속혈당측정기는 사실 사용하면 좋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제품은 아닙니다. 특히 반려동물에게는 더욱 그렇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까닭에 가격이 비싼 탓도 있지만, 그보다 반려동물이 이물감에 적응하지 못하고 측정기를 떼어내는 통에 측정도 하지 못한 채 비싼 제품을 버려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나마 미샤는 몸에 부착된 측정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덕분에 혈당 추이를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미샤의 몸에 부착된 연속혈당측정기.(노란색 원) 다른 반려동물들은 이 측정기를 떼어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샤는 상대적으로 잘 적응해 혈당 추이를 지켜보는 데 수월한 편이었다.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제공

미샤의 몸에 부착된 연속혈당측정기.(노란색 원) 다른 반려동물들은 이 측정기를 떼어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샤는 상대적으로 잘 적응해 혈당 추이를 지켜보는 데 수월한 편이었다.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제공


김 원장은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할 수만 있다면 혈당 변화에 빠른 대응이 가능한 만큼 상대적으로 치료가 수월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샤 보호자님의 경우, 점점 좋아지는 게 보일 정도로 측정기 활용을 잘 해주신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슐린을 끊은 미샤는 앞으로 주기적으로 혈당 추이를 살펴보는 추적 관찰을 받을 예정입니다. 아직 한창때인 나이에 당뇨 관리를 받았지만,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남게 된 미샤. 보호자는 앞으로 미샤에게 어떤 걸 더 해주고 싶을까요?

미샤는 앞으로 인슐린 없이 추적 검사를 통해 상태를 지켜볼 예정이다. 보호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검사와 식단 관리를 약속했다.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제공

미샤는 앞으로 인슐린 없이 추적 검사를 통해 상태를 지켜볼 예정이다. 보호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검사와 식단 관리를 약속했다. 미샤 보호자 조문선 씨 제공


지난 4개월 동안 조금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그 덕에 얻은 게 하나 있어요. 미샤가 점점 스스로 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배가 고파서 나온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덕분에 스킨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어요.
그 덕분에 그동안 적었던 활동량을 늘리게 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이제 다시 기회가 생겼으니, 당뇨가 재발하지 않게끔 식단을 관리하면서 잘 돌봐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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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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