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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울 전공의'를 둘러싼 한숨…드라마 편성과 시의성

입력
2024.04.05 08:14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올해 하반기로 연기
전공의 파업으로 부정적 여론 형성
드라마 시의성, 극복해야 할 과제

'슬기로운 전공의생활'이 상반기 편성을 포기했다. tvN 제공

'슬기로운 전공의생활'이 상반기 편성을 포기했다. tvN 제공

'눈물의 여왕' 후속작으로 점쳐졌던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끝내 상반기 공개를 포기했다. 대신 정려원과 위하준 주연작 '졸업'이 빈자리를 채운다.

최근 tvN 측은 "당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전공의생활')을 올해 상반기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상황을 고려해 하반기에 방송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영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작품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등장했던 가상의 의료기관 율제병원의 산부인과 1년차 전공의들이 고군분투하며 병원 생활에 적응해가는 내용이 담겼다. 배우 고윤정 신시아 한예지 강유석 정준원이 주연을 맡았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전공의생활'은 현재까지 촬영 중이다.

tvN 입장대로 '전공의생활'은 상반기 공개 예정이었다. '눈물의 여왕' 후속작이라는 추측이 많았던 터다. 지난 2월 유튜브와 tvN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전공의생활'을 관통하는 율제 병원 세계관 티저가 공개됐기 때문에 편성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반발이 크게 일면서 전공의 파업 등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tvN 채널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낭패를 보게 됐다. '눈물의 여왕'이 일부 잡음에도 불구하고 16%(닐슨코리아 기준)를 돌파하면서 흥행의 포문을 활짝 열어놓은 시점이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지만 신예들로 주연들을 구성한 만큼 유리한 출발선에서 선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과 2가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잘 형성된 세계관을 활용시키고자 했던 tvN의 야심이 일부분 무너지게 된 셈이다.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전공의를 향한 비판 여론도 형성됐다. 직업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드라마에도 영향을 미치리라는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반기 편성이 오히려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드라마의 시의성에 더욱 예민해졌다는 전언이다. 시의성으로 인해 덕을 본 사례도 있다. 드라마 '모범택시'는 사이비 교단과 학교폭력 등을 다루며 당시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 '하이쿠키'는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쿠키를 소재 삼았는데 공개 당시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함께 회자됐다. 다만 연출자 입장에서 작품과 현실의 사건이 한데 엮인다는 것은 불편할 수 있다. '하이쿠키'를 연출한 송민엽 감독은 제작발표회를 통해 "작품을 계획한 것은 3년 전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넷플릭스 '발레리나' 또한 마약과 불법 촬영 성범죄를 조명했으나 실제 사건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감독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작품과 사회 분위기는 분리하기 어려운 관계다. 실제 사건은 드라마를 떠나 문화 콘텐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전공의생활'의 경우 현실의 전공의 파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하반기 방영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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