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출금 중단' 델리오·하루인베스트, 법정관리 신청 기각

입력
2024.04.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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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법원 "청산가치>계속기업가치"
홀로 살아남거나 파산 절차 밟아야

서울회생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회생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가상자산(코인) 출금을 돌연 중단한 예치 플랫폼 하루인베스트코리아와 델리오에 대한 법인회생(법정관리)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 주도의 채무탕감과 구조조정이 동반되는 법인회생 신청이 기각되면, 기업 자체의 노력으로 위기를 탈출하거나 파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하루인베스트코리아 임원진과 델리오 대표는 각각 가장자산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되거나 수사받고 있어 자구 노력만으로 회생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14부(부장 이여진)는 하루인베스트와 모회사 블록크래프터스, 하루인베스트코리아, 델리오에 대한 회생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계속기업가치(기업이 계속 영업을 하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의 가치)가 청산가치(기업 문을 닫고 현재 자산을 이해관계자가 나눠가지는 경우의 가치)보다 크지 않다"며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채권자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21년 설립된 하루인베스트코리아는 가상자산 플랫폼 하루인베스트와 관련한 경영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다. 지난해 6월 돌연 고객들이 예치한 가상자산 출금을 정지하고, 운영을 중단했다. 하루인베스트에 고객 자산의 위탁 운용을 맡긴 델리오도 그 무렵 출금을 정지했다.

재판부는 하루인베스트코리아에 대해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플랫폼 운영이 중단된 상태"라면서 "주요 경영진이 구속기소된 점 등에 비춰 사업을 계속 영위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영업이 재개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하루인베스트 경영진들은 원금을 보장하고 고수익을 낼 것처럼 고객들을 속여 1조4,000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해당 플랫폼 고객이 77개 국적의 2만 여명이란 점을 들어 "회생절차를 거쳐 상당 기간 후 가상자산 자체를 반환받는 게, 파산 절차를 통해 가상자산 가액을 반환받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루인베스트의 모회사인 블록크래프터스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회생신청을 기각했다.

델리오 대표 정 모 씨가 지난달 25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델리오 대표 정 모 씨가 지난달 25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델리오에 대해서도 기존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신사업 추진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올해 7월 시행될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따르면, 위탁받은 자산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방식의 사업은 불가능해진다. 사업자가 고객에게 위탁받은 가상자산과 별도로 동일한 종류와 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델리오 대표 역시 피해자 2,800여 명으로부터 2,450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편취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대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기각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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