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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함’으로 돈벌겠단 위선…부부 부동산업자에게 내린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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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에마 스톤)와 애셔(네이선 필더)는 신혼부부다. 둘은 얼마 전 새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뉴멕시코주 에스파뇰라에서 부동산업을 한다. 그들은 우범지대이자 저개발지역인 에스파뇰라 주택들을 사서 친환경 집으로 변모시키고 이를 비싸게 되판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에스파뇰라에 의식 있고 돈도 있는 사람들을 유입해 지역을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거다. ‘깨어 있다’고 자부하는 부부다운 사업 방식이다.
휘트니와 애셔는 주택 사업만 하지 않는다. 둘은 부동산업의 명분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역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사업을 따로 한다. 유기농 커피만 다루는 카페와 청바지 전문점을 지역 대리인을 내세워 운영한다. 지역민만 채용해 지역을 향한 사랑을 드러낸다. 휘트니와 애셔는 자신들의 활동을 TV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더 널리 알리고 싶어하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실천하려는 젊은 부부는 감추고 싶은 점이 있다. 휘트니의 부모는 지역에서 악명 높은 부동산업자다. 애셔는 카지노에서 일하다 옳지 않은 일을 한 이력이 있다. 진심을 의심받을 처지라 그런지 부부를 곤경으로 몰아넣는 일들이 생긴다. 우연인지 몰라도 애셔가 어린 흑인 소녀(아이티 혈통으로 여겨진다)로부터 저주를 받으면서 일이 더 꼬인다.
휘트니와 애셔는 정말 지역을 살리기 위해 주택들을 사들였을까. 휘트니는 겉으로 보면 매사 진심이다. 지역 사람들이 도둑질로 범죄자가 되길 원치 않는다며 청바지 절도를 눈감는다. 뉴멕시코주에 대거 거주하는 미국 원주민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지갑과 마음을 열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부모와 전혀 다른 사람이며 부모와 연을 끊었다고도 확언한다.
드라마는 휘트니와 애셔의 위선을 파고든다. 휘트니와 애셔는 악랄한 사람들은 아니나 선하고 선한 자선가 역시 아니다. 선행과 정치적 올바름은 단지 그들의 사업을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휘트니는 부모 돈으로 사업을 벌인다. 그는 부모에게 돈을 빌렸다고 생각하나 부모는 딸에게 돈을 줬다고 여긴다. 휘트니는 부모와 무관하게 자신이 새로운 사업을 개척한다고 믿는다. 애셔는 휘트니 집안의 경제력을 보고 결혼한 걸로 보인다. 휘트니와 애셔는 정치적 올바름을 신봉하는 젊은 백인 부부인 듯하나 둘의 최종 목표는 결국 돈이다.
휘트니와 애셔, 애셔의 절친인 TV프로듀서 두기(베니 사프디)는 유대인이다. 원주민도 유대인도 소수 집단이다. 하지만 재력과 사회적 힘은 천양지차다. 애셔는 “미국에 사는 원주민 수와 유대인 수가 동일하다”고 말한다. 드라마는 자본주의 이민 국가 미국의 현실을 신랄하게 표현해낸다.
애셔 역을 연기한 네이션 필더가 각본을 썼고, 1부와 5~10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코미디언으로도 유명한데 정작 이 드라마 안에서는 유머 감각이 없어 관련 학원까지 다닐 정도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의로운 척, 똑똑한 척 하나 알고 보면 양쪽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 지난달 영화 ‘가여운 것들’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두 번째로 받은 에마 스톤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미세한 표정과 말투의 차이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그의 모습 만으로도 이 드라마를 볼 가치가 있다. 최근 할리우드 재주꾼으로 떠오른 배니 사프디의 연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4%, 시청자 42%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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