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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MB양갱'을 '방방봐' 하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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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미안해 라는 한마디로 너랑 나눈 날들 마무리 했었지'
이별의 기억이 아련한 노랫말에 맞춰 전투기에서 미사일이 발사된다. 미사일이 표적에 명중하는 장면엔 '달디단 BOMB양갱'이라는 가사가 찰떡같이 달라붙는다. 지난달 우리 공군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홍보영상 'BOMB양갱'의 한 장면이다. 다양한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훈련 장면에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을 입힌 이 영상은 업로드 2주 만에 조회수 130만 회를 돌파할 정도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발랄한 왈츠 풍 멜로디와 무시무시한 전쟁무기가 만나 생기는 부조화에서 묘한 재미가 느껴지는 게 이 영상의 매력 포인트다. '달디단 밤양갱'에서 폭탄을 뜻하는 영어 단어 'Bomb'을 떠올리고, 이를 모티브 삼아 훈련 영상을 엮은 젊은 군인들의 참신함도 돋보인다. 그러니 그저 '방방봐(방송은 방송으로만 봐라)'하면 될 일 아닌가 싶었다. '(인터넷)방송은 방송일 뿐 지나치게 몰입할 필요 없다'는 말 뜻 그대로.
요즘 소셜미디어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두고 '가볍게로 시작해 재밌게로 끝난다'고들 한다. 여기엔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따지지 않고 느낌 그대로 가볍게 즐기는 젊은 세대의 문화가 투영돼 있다. BOMB 양갱의 흥행 또한 '재밌는' 걸 찾는 유튜브 시청자들의 가벼운 소비, 즉 방방봐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무작정 방방봐 하기엔 영상에 숨 가쁘게 등장하는 무기의 파괴력이 너무 엄청나다. 1분 13초 동안 F-4E부터 F-15K, FK-16, F-16, FA-50, F-5, F-35A 등 항공 전력만 7종에 타우러스와 벙커버스터, AIM-7M, AGM-84, MK-84, 천궁1, 천궁2, 신궁, SLAM-ER, JDAM 등 다양한 미사일이 11종이나 등장한다. 달곰쌉쌀한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 펼쳐진 이 '달디단 BOMB양갱'들은 전쟁과 살상, 그로 인한 비극을 내포하고 있어 섬뜩한 느낌도 든다.
한 심리학자는 전쟁 무기가 등장하는 위협적인 영상에 왈츠 풍의 '달디단 밤양갱'을 접목한 것을 두고 일종의 '탈맥락화'라고 정의했다. 전쟁과 파괴, 살상으로 이어지는 무기의 부정적 이미지가 전혀 다른 맥락의 밤양갱 또는 불꽃놀이 장면과 만나 약화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탈맥락화로 인해 무기, 전쟁, 폭력을 미화하는 비현실적 환상이 형성되고, 그것들이 현실화할 경우 가져올 무서운 결과마저 외면하거나 경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BOMB양갱은 제작자의 말대로 '겉으로 재미있고 부드럽게 보여주면서 본질적으로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공군력을 홍보하는 콘텐츠'로 손색없어 보인다. 실제로 공군 전력에 관심 없는 젊은이들도 이 영상으로 인해 공군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파괴와 살상을 전제로 하는 전쟁 무기마저 '재미'의 일부로 소비되는 현상만은 걱정스럽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위협이 실존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북한이 끊임없이 도발하고, 이에 대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군의 레토릭이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위험한 지역이기도 하다. 방방봐도 좋고 군사력 홍보도 필요하지만, 평화의 가치마저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 전쟁은, BOMB은 결코 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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