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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방에서 줄담배 피우다 32명 사상... 도봉구 화재 70대 구속기소

입력
2024.04.03 16:33
수정
2024.04.03 17: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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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시청하며 7시간 동안 흡연
연기에 문 열어 불길 급격 확산

지난해 12월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 3층에서 난 불이 위층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도봉소방서 제공

지난해 12월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 3층에서 난 불이 위층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도봉소방서 제공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는 입주민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담뱃불 실화(失火)로 밝혀졌다. 쓰레기가 가득 쌓인 방에서 계속 담배를 피우다 불씨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검찰은 70대 피의자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는 지난해 12월 25일 새벽 불씨가 남은 담배꽁초를 집 안에 버려 아파트에 화재를 낸 주민 김모씨를 중실화, 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신문지, 플라스틱 용기 등 각종 생활폐기물이 놓여 있거나 쓰레기가 가득한 봉투를 버리지 않고 집 안 곳곳에 방치했다. 관리사무소 측이 '실내 흡연'을 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여러 차례 했지만, 그는 컴퓨터 방에서 수시로 담배를 피웠다. 화재분석 및 재연실험 결과에서도 화재는 컴퓨터 방의 꺼지지 않은 담배 불씨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피의자는 화재 당일에도 약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보며 계속 담배를 피웠고, 꽁초에 불씨가 남아있는 데도 제대로 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거실에 연기가 차자 현관문과 방문을 활짝 열었고, 이때 외부 공기가 실내로 유입돼 화재 규모를 키운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그가 아무런 조치 없이 거실 창문을 통해 탈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화재로 30대 남성 두 명이 숨지고 주민 30명이 다쳤다. 발화 현장 바로 위층에 살던 박모(33)씨는 생후 7개월 딸을 안고 뛰어내리다 머리를 다쳐 사망했고, 다른 주민 임모(38)씨는 아파트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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