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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식 MBTI 해봤나요..."너 T야?"를 "너 가전연이야?"라고 합니다

입력
2024.04.08 12:00
수정
2024.04.08 13:1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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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젊은 신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에니어그램 '부처님 마음, 내 마음' 만들어
9가지 성격유형에 부처님 10대 제자 매칭
성격 분석뿐 아니라 수행법 등도 조언

대한불교조계종과 마인드코칭연구소가 함께 개발한 성격 유형 분석 프로그램 '부처님 마음, 내 마음'을 캐릭터로 나타냈다. 9가지로 분류된 각 성격 캐릭터들이 법당 안에서 제 성격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대한불교조계종과 마인드코칭연구소가 함께 개발한 성격 유형 분석 프로그램 '부처님 마음, 내 마음'을 캐릭터로 나타냈다. 9가지로 분류된 각 성격 캐릭터들이 법당 안에서 제 성격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너 T야?"

다정다감하게 어루만져주는 공감능력이 부족한, 꼭 말로 안 해도 될 것을 말로 입 밖에 내서 '팩트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쓰는 말이다. 불교 쪽에서는 이제 이 말을 "너 '가전연'이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부처의 10대 제자 중 한 명이었던 가전연은 분석력과 통찰력이 뛰어나 '논의제일(論意第一)'로 꼽혔던 인물이다.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이 이윤정 마인드코칭연구소 소장과 함께 개발, 보급에 나선 에니어그램(Enneagram) '부처님 마음, 내 마음' 이야기다. MBTI가 인간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라면, 에니어그램은 머리(5~7번 유형)·가슴(2~4번 유형)·배(8·9·1번 유형)를 기반으로 성격 유형을 9가지로 나눈 지표다.

1~9번에 이르는 9가지 성격 유형에다 부처의 10대 제자 중 9명인 우바리, 아난, 부루나, 목건련, 가전연, 가섭, 라훌라, 수보리, 사리불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했다. 온라인(부처님 마음, 내 마음)에서 45개 항목의 질문에 대답하면 자기 성격 유형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젊은 층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종교계에선 파격 행보로 은근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개발을 진행한 포교연구실장 문종 스님과 이 소장을 만났다.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이윤정= "평소 에니어그램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젊은 신도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방법을 찾던 포교원의 의뢰가 있었다."

문종 스님=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신도 연령대가 높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위해 절에 나와 이런저런 기도를 하시는데, 정작 아이들은 절에 잘 오질 않는다. 그런 분들이 좀 더 쉽게 절에 다가올 수 있도록 하고, 일단 다가온 분들도 불교 안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해서 개발을 의뢰했다."

조계종 포교연구실장 문종(왼쪽) 스님과 이윤정 마인드코칭연구소 소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함께 개발한 에니어그램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조계종 포교연구실장 문종(왼쪽) 스님과 이윤정 마인드코칭연구소 소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함께 개발한 에니어그램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성격 유형 분석 중 에니어그램을 택한 이유는.

이윤정 = "1970~1980년대엔 디스크(DISC)라는 4가지 유형 분석이 널리 퍼졌고, 그 뒤에 16가지 유형의 MBTI가 인기를 얻었다. MBTI 또한 좋은 도구인 건 맞다. 하지만 '넌 T니까 이런 사람, F니까 이런 사람' 하는 식으로 너무 평면적으로 받아 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해 에니어그램은 행동 방식보다는 동기를 좀 더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난 어떤 사람인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런 사람에게 접근하는 방법'이나 '잘 어울리는 수행법' 같은, 관계 맺기나 성장에 대한 조언으로 연결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종 스님 = "공개 전에 우리 내부적으로 검사, 평가해 봤는데 싱크로율이 95%에 이른다는 평가가 나왔다. MBTI와 달리 행동 형태뿐 아니라 행동 동기가 드러나다 보니 나를 너무 파헤치는 것 아닌가 해서 검사 결과를 감추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성격 검사를 하면서 부처님 제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아볼 수 있고, 적합한 수행방법까지 일러주기도 하니까 여러모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MBTI에서 T가 논리적인 사람이라는 데서 끝난다면, 에니어그램에선 가전연을 두고 머리 수준에서 판단한다는 걸 일종의 '절전 상태'로 본다. 가슴이나 배가 아닌 머리에 에너지가 모이는 건 말하자면 에너지 부족 상태로, 바로 들이대기보다는 좀 더 부드럽게 접근해야 좋은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고 조언해 준다.

-향후 계획은.

문종 스님= "일단 널리 알리는 게 목표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문화마당 등 여러 행사에서 젊은 신도들에게 널리 알릴 계획이다. 검사도 한번 받아 보고, 부처님 제자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화젯거리가 돼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챌린지도 유행하면 좋겠다."

이윤정="45개 항목 질문지가 아이들에게 다소 어렵다 해서 아이들용 설문을 개발할 예정이다. 설문이 몇 번 반복되면 지겨울 수 있으니 좀 더 연구해서 업그레이드할 생각이다."

포교원과 마인드코칭연구소는 이 에니어그램을 기반으로 일종의 타로카드 같은 것도 만들어 선보일 예정이다. 성격 유형과 심리 분석을 통해 신도들 상담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조태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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