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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장악 시나리오' 문건 파장 KBS "그 '괴문서' 본 임원 없다"

입력
2024.04.02 18:26
수정
2024.04.0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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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략기획실장 “문건 입수도 못해”
“대국민사과 등 ‘경영계획서’ 따라 실행”
보도한 MBC, 문건 작성자 등 법적 대응
노조 “물타기하려는 것” 반발

KBS 경영진이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대외비 내부문건 '위기는 곧 기회다'의 내용 중 일부. 언론노조 KBS 본부 제공

KBS 경영진이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대외비 내부문건 '위기는 곧 기회다'의 내용 중 일부. 언론노조 KBS 본부 제공

공영방송 KBS를 우파 직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 담긴 '대외비 내부 문건' 파장이 커지자 KBS 사측은 2일 실체 없는 문건이라고 부인했다. 또 지난달 31일 문건 관련 최초 보도한 MBC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① "문건 본 임원 한 명도 없다"

이춘호 KBS 전략기획실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KBS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KBS의 입장을 밝혔다. 박민 KBS 사장 취임(지난해 11월)을 앞둔 같은 해 10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18쪽 분량의 이 문건에는 박 사장 취임 후 '할 일' 등이 적혀있다. KBS 일부 경영진 사이에 공유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문건 내용 중 ①우파 중심으로 인사 ②(과거 좌편향 보도에 대한) 대국민 사과 ③단체협약 무시 등은 박 사장 취임 후 실제로 일어난 일이어서 문건 시나리오대로 언론 장악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KBS 경영진이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대외비 내부문건 '위기는 곧 기회다' 표지. 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KBS 경영진이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대외비 내부문건 '위기는 곧 기회다' 표지. 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KBS는 임원들이 이 문서를 본 적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KBS는 "MBC '스트레이트' 방송에서 보도된 '괴문서'는 출처를 전혀 알 수 없고, KBS 경영진이나 간부들에게 보고되거나 공유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의혹대로라면) 최소한 전략기획실장인 나 정도는 이 문건을 봤어야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문서를 입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원 전원 확인 결과 이 문서를 작성, 배포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문건 작성자에 대해서는 "고발해서 수사하면 밝혀질 것"이라며 "정체불명의 문건을 언론사에 제보해 선거 국면에서 KBS 경영진 전체를 부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② "'경영계획서'대로 대국민 사과한 것"

박 사장 취임 후 단행한 인사와 대국민 사과 등은 박 사장의 '경영계획서'에 따른 것이라고 이 실장은 주장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9월 말 KBS 사장 후보자로 지원하며 KBS 이사회 사무국에 경영계획서를 냈는데, 여기에 대국민 사과 계획 등이 이미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KBS 측은 "괴문서가 만약 존재하더라도 박 사장이 공개 제출한 경영계획서를 베끼는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박 사장이 '괴문서'에 따라 KBS를 경영했다는 주장은 완전 허위 사실"이라고 밝혔다.

MBC 스트레이트가 지난달 31일 보도한 KBS 대외비 문건. MBC 캡처

MBC 스트레이트가 지난달 31일 보도한 KBS 대외비 문건. MBC 캡처

MBC '스트레이트' 측이 보도 전 KBS에 문건의 사실관계 여부를 질의했으나 아무 답변도 하지 않은 데 대해 이 실장은 "문건의 정체를 몰라서 방송이 나오면 대응하려고 그랬다"고 말했다. KBS는 문서를 최초 공개한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과 이 문서를 작성하고 배포한 '성명불상자'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다. 또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건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론노조 KBS본부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2일 성명서를 내고 "(박 사장 경영계획서와 내부 문건이) 표방하는 내용은 큰 틀에서 유사하지만, 구체성 면에서 대외비 문건이 훨씬 자세하며 사측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며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정당한 의혹 제기를 허위 조작 운운하며 물타기할 생각은 접으라"고 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1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부 대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대외비 내부 문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남보라 기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1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부 대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대외비 내부 문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남보라 기자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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