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찾은 文 "막말 난무하는 저질의 정치… 선거가 희망 드려야"

경남·부산 이어 울산서 지원 행보
"대한민국 운명 좌우하는 중요한 선거"
청와대 행정관·지역구 후계자 등 친문 챙기기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울산 남구 삼호동 궁거랑길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남구 출마자 전은수 후보와 함께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총선에 나선 부산·울산·경남(PK) 지역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하며 보폭을 넓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연일 정부와 여당을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전날 정부를 향해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봤다”고 비판하더니, 2일에는 “막말과 독한 말이 난무하는 저질의 정치”라고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울산 동구 보성학교 전시관을 시작으로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 남구 궁거랑길을 찾아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했다. 각각 김태선(동구), 오상택(중구), 전은수(남갑) 후보가 출마한 곳이다.

문 전 대통령은 방문하는 곳마다 정권 심판을 강조하며 투표를 호소했다. 그는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우리 정치가 너무 황폐해졌다”며 “막말과 독한 말이 난무하는 저질의 정치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경남 양산 물금읍 벚꽃길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찾은 보성학교 전시관에서는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너무나 중요한 선거”라고, 궁거랑길에서는 “이번 선거는 국민께 희망을 드려야 하는 선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콕 집어 만난 울산 후보들과 각별한 사이다. 김태선·오상택 후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이다. 특히 김 후보는 송철호 전 울산시장 정무특보를 지냈고, 오 후보는 문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한 ‘순장조’에 속한다. 문 전 대통령은 “특별한 연고가 있는 지역이나 후보를 찾아 조용히 응원을 보내는 것”이라며 “김·오 후보는 지난 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이고, 전 후보는 법조 후배”라고 소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총선이 다가오자 PK 후보들을 지원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4일 자택이 있는 양산갑에 출마한 이재영 후보를 찾아 “양산갑 첫 민주당 국회의원이 돼 달라”고 격려하고, 전날에는 벚꽃길을 함께 걷는 등 공을 들였다. 이 후보는 문 정부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부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청와대 방역기획관을 지냈다.

지난달 27일 찾은 변광용(경남 거제) 후보는 2017년 대선 당시 문 후보의 정무특보였다. 배재정(부산 사상) 후보는 문 전 대통령이 2012년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문 전 대통령의 PK 행보는 모두 '박빙 지역구'로 꼽힌다. 야권 결집을 통해 지역구에서 힘을 보태고, 친문재인(친문) 인사들의 국회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은 비례대표 선거를 두고는 “민주당이 중심이 되겠지만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야권 정당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은 문 전 대통령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대표가, 새로운미래는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상임고문이 각각 이끌고 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