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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강국 다시 꿈꾸는 일본, 라피더스에 5조원 추가 지원

입력
2024.04.02 17:30
수정
2024.04.02 17:3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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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액 총 8조원으로 늘어
정부 차원 후공정 지원은 처음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도쿄 본사 건물 내 출입문에 그려진 기업 로고 모습으로, 지난해 2월 2일 촬영된 사진이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도쿄 본사 건물 내 출입문에 그려진 기업 로고 모습으로, 지난해 2월 2일 촬영된 사진이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5,900억 엔(약 5조2,700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2일 발표했다. 대대적인 투자로 반도체 시장 선두 기업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추격해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포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장관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차세대 반도체는 일본 산업 경쟁력의 열쇠다. 경제산업성도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라피더스는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도요타, 소니, NTT,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초기 자본을 대 2022년 설립한 신생 회사다. 다만 실제 공장 건설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은 대부분 일본 정부가 지원하고 있어 사실상 국영 기업에 가깝다. 현재 홋카이도 지토세에 공장을 건설 중인데, 미국 IBM 등으로부터 전수받은 기술로 2025년 회로 선폭 2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최첨단 반도체 칩을 시험 생산하고,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나노 칩 양산 시 삼성전자와 경쟁

이번 추가 지원으로 라피더스가 일본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총 9,200억 엔(약 8조2,000억 원)으로 늘었다. 일본 정부는 앞서 2022·2023년에 라피더스에 3,300억 엔(약 3조 원)을 지원한 바 있다.

지원금 중 500억 엔(약 4,500억 원) 이상은 후공정 프로세스 연구 개발에 투입된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전공정 위주로 지원했는데, 후공정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반도체 공정은 반도체 웨이퍼에 미세회로를 그려 생산하는 전공정과 이 웨이퍼를 개별 칩 단위로 분리·조립해 최종 제품인 반도체 칩으로 '패키징'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만약 라피더스가 2나노 칩 양산에 성공하면 삼성전자, 대만 TSMC와 경쟁하게 된다. 삼성전자와 TSMC는 현재 3나노 칩을 생산하고 있고, TSMC는 2025년부터 2나노 칩을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인텔도 2나노 칩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이 일찍부터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해 온 반면, 일본 반도체 기업은 40나노 수준의 구세대 반도체를 만들어 온 것이 고작이다. 라피더스가 불과 수년 만에 2나노 칩 양산이란 '도약'을 실현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셈이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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